▲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 열리는 11월 19일 국방연구원 앞에서 협상 중단 촉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난데없는 50억 달러 요구
1991년부터 시작된 방위비분담협정은 비록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을 위반한 불법부당한 협정이지만, 그래도 '주한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 경비의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는 협정의 기본 틀을 유지해왔다. 방위비분담협정은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세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 방위비분담금은 1조 389억 원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분담으로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하면서 이 기본 틀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즉,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해외미군까지, 시설과 구역을 운영하는 데 드는 주둔 경비뿐만 아니라 인건비, 작전지원비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제시한 50억 달러에 맞추기 위해 온갖 새로운 항목들을 던지고 있다.
만약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방위비 분담금이 6조 원으로 합의된다면 우리는 기존의 직·간접 지원비(방위비분담금 제외 4조 5243억 원, 2015년 기준)를 합하여 무려 11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비용을 부담을 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재정적・물질적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소파·방위비분담협정 모두 위반
미국의 이 같은 주한미군 인건비를 포함한 총 주둔비용과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 요구는 '남한 방어'에 한정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3조)를 뛰어넘는 지역에 한국을 연루시키고 한국을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수행의 전초기지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
또, '해외 미군'에게까지 방위비분담금 사용을 제도화하고 주둔 비용 뿐만 아니라 인건비, 작전지원비까지 받아내겠다는 것으로서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기로 한 한미소파(5조)에도 위배된다. 아울러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일부'를 뛰어넘어 해외미군의 작전비용 등을 포함하여 총 주둔비용 이상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사문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사상 최초로 주한미군 인건비, 군무원 인건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출하는 주한미군 관련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약 3조 원의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트럼프의 6조 원 요구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1인당 군인 인건비는 약 9500만 원, 군무원 인건비는 1억3594만 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만 원 남짓의 최저임금 일자리도 모자라 아우성인데 이처럼 높은 연봉을 받는 미국인들을 위해 우리 국민 혈세를 바치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이다. 심지어 미국은 미군 '가족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 지출 주둔비용의 다른 항목인 '가족 주택, 운영'과 '가족 주택, 건설' 비용(합계 1647억 원, 2020년 기준)에 대한 요구로 보인다.
작전지원비는 인도·태평양전략 본격 편입 길 트는 것
작전지원비와 관련하여 해리스 대사는 방위비분담 협상 결렬 직후 인터뷰에서 "미국 측은 한반도에 전개되는 전략자산 비용에 대해서 요구하고 있지 않고 한국작전 전구 이외에서 진행되는 작전 비용에 대해서도 한국에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략자산 전개비용은 10차 협정 때도 미국이 요구했고, 이번에도 한 언론은 구체적인 액수(약 1170억 원)까지 밝힌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또 "미국 대표단은 자신들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반도를 방어하기 위한 큰 틀의 노력이란 점을 계속 강조"하면서 "한국이 이 전략에 방위비를 낼 수 있도록 '신설 항목'을 만들자고 요구했다"고 한다(jtbc, 2019. 11. 20).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역외 부담 등을 포함한 미국 측의 설명 부분이 있고, 또 요청 부분이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한 바 있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에 드는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비용뿐만 아니라 한국군 파병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번 방위비분담 협상을 계기로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본격적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 밖에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은 미국의 해외미군 재배치(GPR) 정책에 따라 미 본토로 철수한 육군 병력을 해외에 순환 배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특히 상당한 규모의 장비 수송비용을 접수국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 비용(주한미군 역량 강화)'은 한반도 역외지역 작전에 주한미군을 투입하기 위한 준비태세의 강화를 포함하며 그 개념 또한 모호해 미국에 백지수표를 쥐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10차 협정 이행약정에는 해외미군에 대한 지원 규정이 들어가서 한미연합연습에 참가하는 해외미군에 대해 위생・세탁・목욕, 폐기물 처리 용역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또 9차 협정 군수분야시행합의서에는 해외미군 장비의 보수・정비를 허용해서 주일미군 장비 정비를 위해 954억 원이 지출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11차 협정에 작전지원 항목이 신설되면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을 실행하는 주한미군과 해외미군에 대한 작전지원이 고착화되고 무한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 두 차례의 협상에서 기존 방위비 분담금 항목과는 별개로 사후 '실비 정산(expense reimbursement)' 방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측 방위비 협상 대표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같은 첨단 무기 운용 등 미군의 구체적 기여 항목을 제시했다고 한다. 미국은 순환 배치 비용, 한·미 연합 훈련 시 일부 비용, 미국인 군무원과 가족 지원 비용 등도 이런 방식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방위비분담협정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주장이고, 항목도 특정되지 않고, 사후정산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비용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내용이 협정에 포함될 경우 미국이 한국을 현금인출기로 삼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