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옆 여수, 고흥을 지나면서 굴의 알은 점점 작아진다. 인천은 서해의 최북단. 인천의 섬과 갯벌에서 나는 굴은 가장 작다. 물 빠짐의 차이가 가장 큰 지역이기 때문에 먹이 활동이 그만큼 적어서다.
김진영
맛이 한 수 위인 인천의 '숟가락 굴'
겨울이 다가오면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김장하는 이들은 여전히 바쁘다. 절임배추며, 양념이며 준비할 게 많다. 많은 이들이 김장을 포기했어도 꼭 먹으려고 하는 것이 제철 굴이다. 갓 버무린 김장철 겉절이에 굴을 얹어 먹는 맛은 뜨끈뜨끈하게 김 나는 돼지 수육도 한 수 밀린다.
보통 시장이나 대형 할인점에서 사는 굴은 대부분 경남 통영을 중심으로 고성, 거제 등에서 생산한 것이다. 통영의 굴 양식은 두 단계,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봄에 굴이 산란하면 빈 가리비 껍데기에 굴 유생이 붙는다. 수심이 낮아 조수 간만의 차이가 나는 낮은 수심에 굴 유생을 일정한 크기로 키운다.
바닷물이 빠져 햇빛과 공기에 노출되면 약한 유생은 죽고, 강한 유생만 살아남는다. 일정한 크기가 되면 깊은 바다로 옮겨 굴을 키운다. 수심이 깊기에 온종일 먹이 활동이 가능하다. 통영의 굴이 알이 크고 실한 이유가 끊임없는 먹이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깊은 바다에서 굴을 키우는 방식을 부유식이라고 한다. 김 양식의 부유식과 같다. 최근에는 개체굴도 난다. 굴은 봄철에 산란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먹지 않는다. 개체굴은 산란하지 않도록 교배한 굴이라서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사시사철 즐기는 굴이 바로 개체굴이다. 개체굴은 껍질을 까지 않고 각굴로 유통한다. 한여름에 각굴이 보인다면 개체굴이다.
통영의 옆 남해에는 투석식 굴이 난다. 물이 빠지는 갯벌에 큰 돌을 던져 놓으면 자연스레 굴 유생이 달라붙는다. 물이 빠지면 잠시 먹이 활동을 멈추고, 물이 들어오면 다시 먹이 활동을 하다 보니 통영의 굴보다 작다. 갯벌이 발달한 곳은 대부분 투석식으로 굴 양식을 한다.
작업도 물이 빠질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량도 적다. 남해 옆 여수, 고흥을 지나면서 알은 점점 작아진다. 인천은 서해의 최북단. 인천의 섬과 갯벌에서 나는 굴은 가장 작다. 물 빠짐의 차이가 가장 큰 지역이기 때문에 먹이 활동이 그만큼 적어서다.
인천에서 나는 굴은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 민망한 크기다. 통영의 굴처럼 하나 집어서는 씹다가 만 느낌이다. 숟가락으로 퍼서 먹는 '숟가락 굴'이다. 그래야 통영의 굴과 씹는 양이 비슷해진다. 그러나 맛은 한 수 위다. 몸집은 작지만 햇빛과 공기에 노출되는 동안 작은 살집 안에 야생의 맛과 향을 옹골차게 가둬놨다.
서해의 굴, 그 가운데 인천 굴은 진한 맛을 자랑한다. 11월이 되면 인천 종합어시장에 굴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대부분 통영의 것이지만 시장 구석구석에 뒤적이니, 자월이란 푯말을 붙인 굴이 있다. 인천에서 한두 시간 거리에 있는 섬에서 채취한 굴이다.
나는 양이 적어 통영 굴과 비교해 가격이 제법 나간다. 그렇다고 몇 만 원씩 하는 건 아니다. 덕적 굴이나 자월도 굴을 처음보면 굴 새끼처럼 보인다. 작은 것이 맛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백문이불여일식(百聞不如一食). 먹는 순간, 굴맛 경험치가 한 단계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