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월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년 도쿄 올림픽 기념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UPI
2020년 여름 동경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방사능 올림픽'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다. 동경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난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에서 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치르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후쿠시마산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어도 될 만큼 피해가 복구된 것일까?
지난 2018년 3월 일본 동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 2020 동경올림픽 식음료서비스를 위한 기본전략 >을 통해 '동경올림픽에 제공되는 음식 및 음료서비스는 재난을 당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원전사고 지역의 식품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2015년 4월 이후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이나 야채는 허용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일본의 모든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림 어업 제품은 사람이 소비하는 데 100% 안전하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100%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는 무엇을 감추는가
그러나 올해 4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2018년도 일본 전역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는 일본 전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이 후생노동성 검사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야생육은 44.6%, 농산물은 18.1%, 수산물은 7%에서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됐다. 농산물 중 두릅, 고사리, 죽순류에서 세슘이 기준치 100베크렐/kg의 4~7배 이상 검출되었고, 표고버섯은 조사대상의 54%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사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본 전역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고 방사능에 오염된 농축수산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동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제시한 '일본 농축산물을 사람이 소비하는 데 100% 안전하다'는 자료는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와도 다른, 거짓말이 되었다.
일본 아베 총리는 동경올림픽 유치연설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은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말은 통제되고 있지 않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현장이 속속 드러나면서 거짓말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지하에 1만8000톤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가 통제되지 않고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처럼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 고농도의 방사능오염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매일 바닷물을 원자로에 투입하고 있고, 그 물은 방사능오염수로 쌓이고 있다. 또한 녹아내린 원자로 건물로 지하수가 유입되어 고농도의 용융염과 섞이고,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능오염수를 처리해 1000여 개의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엄청난 수준의 고농도 오염수가 1만8000톤이나 남아있다는 것이다.
고준위 오염수가 통제되지 못한 채 지하수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더 심각한 재앙으로 확대될 수 있다. 원전폭발사고 초기 몇 년간 고농도 방사능오염수가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어 바다와 수산물이 높은 수준의 방사능으로 오염됐다. 그때도 아베 총리는 방사능오염수가 연안 안에서 완전 차단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방사능 오염은 통제되고 있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매일 늘어나고 있는 고농도의 방사능오염수는 통제되고 있지 않다. 해수면에 가깝게 지어진 원전 건물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막기 위해 동토벽을 설치했지만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그린피스의 '도쿄전력이 자초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에 따르면, 약 100만 톤의 고준위 방사능오염수를 기준치 이하로 처리해 탱크에 보관한다고 밝혔던 도쿄전력은 대부분의 방사능오염수를 기준치 이내로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방사능오염수 처리에 실패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아베 정부는 2020년까지 방사능오염수를 기준치 이하로 처리해 태평양으로 투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베 정부와 도쿄전력은 어떻게든 오염수를 값싸고 빠르게 처리해버리고 싶겠지만, 방사능오염수의 태평양 투기계획은 국내외 반대여론에 직면해 있다. 방사능오염수를 태평양으로 쏟아버리면 인근 바다와 어민의 생존은 끝장난다.
지난 2014년 후쿠시마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후쿠시마대학 환경방사능연구소의 아오야마 미치오 교수는 "사고 이후 바다에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농도는 낮아졌지만 오염 총량은 20% 이상 늘었고, 큰 문제는 수산물 농축지수가 높은 세슘의 오염 총량이 27%까지 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에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80%가 바다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면서 후쿠시마 연안역과 해저에서 서식하는 수산물의 방사성물질 농축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고준위 방사능오염수가 통제되고 있지 않다. 후쿠시마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을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며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이유이다.
지난 4월 12일 세계무역기구(WTO)는 한국 정부의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가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WTO 상소기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환경영향이 식품에 잠재적으로 미칠 수 있는 위해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본이 주장한 연간 피폭선량 허용한도 1mSv라는 기준치를 충족한 것만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판정한 것이다. WTO는 '가능한 방사능 노출을 최소화하라(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는 국제 방사능 방호 원칙을 인정했다. WTO가 환경과 건강을 중시한 매우 의미 있는 판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