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오 서울집시 대표
이혜진
"맥주는 마시기 편해야 한다. 손님이 취해서 가면 안 된다. 그래서 더 달라고 하셔도 죄송한데 다음에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취객도 안 받는다. 낮은 도수의 맥주를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현오 대표는 서울집시의 맥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맥주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맥주에 대한 그의 철학을 좀 더 들어보았다.
내가 먹고 싶은 맥주를 만든다
-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원래 맥주 만드는 일을 했다. 양조사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맥주를 만들면 '맛있지만 아직은 이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아직 대중에게 먹히지 않을 것 같다는 뜻이다. 사내 대회에서도 자주 1등 했지만, 대중과 거리가 멀다는 이야길 듣곤 했다. 내가 먹고 싶은 맥주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왔다."
- 집시 브루잉을 하는 이유가 뭔가.
"양조장 운영은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투자받아야 하는데, 투자자는 바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대중성을 원한다. 돈을 벌고 싶어 하니까. 그게 중요하긴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만들고 싶은 맥주를 만드는 거다. 자본이 들어오면 그 취지가 훼손된다. 결국 집시 브루잉을 하는 건 실험적인 걸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떤 이유에서 실험적인 걸 추구하는 건가.
"대중적인 맥주는 아무래도 큰 회사가 더 잘할 수밖에 없다. 서울집시의 타깃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이다. 틈새를 노림으로써 세계 시장에 다가간다는 생각이다. 틈새도 세계로 보면 꽤 크다. 뭐랄까, 대중적인 마켓은 당연히 마케팅 비용이 중요하다. 돈으로 돈을 버는 시장이다. 틈새시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어느 나라든지 다 '맥덕'(맥주 덕후)이 있지 않나."
-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려 하나.
"예를 들면 '한국의 서울집시는 막걸리에 쓰는 효모를 이용해서 맥주를 만들었대'라는 식으로 이슈가 된다. 왜냐면 아무도 안 하는 거니까. 미국 친구들이 이런 걸 할 순 없지 않나. 얼마 전에 전라도 복분자를 이용해서 만든 '복분자 IPA'도 비슷한 예다. 한 달 전에도 다른 나라에 샘플을 보냈다."
- 국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건가.
"처음부터 그걸 노렸다. 국외 시장은 특이한 게 먹힌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맥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 우리 맥주는, 맥주를 많이 안 드시는 분들껜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맥덕들은 좋아한다. 애초에 타깃을 광범위하게 잡지 않았다. '프리미엄 마켓'을 노리는 거다. 서울집시가 원하는 것도 미쉐린 가이드에 나올 법한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맥주를 만드는 거다."
- 진출하고 싶은 국가가 있나.
"덴마크다. 다이닝 분야에서 요즘 제일 '핫한' 나라다. 가장 주목받는 미쉐린 식당도 덴마크에 많이 있다. 맥주 시장도 그렇다. 덴마크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시장 자체가 굉장히 오픈 마인드다. 반면 독일은 보수적이다. 사람들이 독일 맥주가 되게 잘나간다고 생각하지만, 엄청 후퇴하고 있다. 트렌드를 못 쫓아온다. 좋게 말하면 장인 정신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발전이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