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맘> 3화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실제로 <틴맘>의 3~4화에
선 네이버가 언급한 '주체적인 고민과 이야기'를 암시하는 내용이 드러났습니다. 새로 등장한 캐릭터 '제인'은 주인공 '하늘'에게 임신이 "(여성과 남성) 둘이 같이 해결해야"하는 문제이며 "너 혼자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하늘'은 고마워하면서도 혼자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자신의 상황이 자신의 여러 감정과 고민에 따른 "선택"임을 어필하지요. '하늘'은 1화에서 자신의 임신 사실을 놀랍도록 차분히 받아들이며 이것이 자기 혼자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틴맘>이 임신이라는 소재를 부적절하게 다룬다는 지적의 주된 근거였지요. 새로 공개된 내용은 1화에서 지적받았던 내용들이 결국 주인공의 '주체적인 고민과 선택'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동시 공개가 독자 항의에 대한 일종의 반박 효과를 가지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반박'이 유효한지는 의문입니다. 어떤 여성 개인이 임신을 알리기 두려워 도망칠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을 느껴 홀로 임신, 출산, 육아를 수행하는 선택도 할 수 있습니다. 비당사자가 그것을 쉽게 질타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그러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그것을 '주체적인 선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원치 않은 임신,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 일어났을 때 여성이 마주치는 (이미 위에서 언급했던) 여러 사회적 조건들이 이미 그 상황에 개입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작품 속 '선택'의 이야기를 여성의 주체적 서사로 포장하는 것이 옳은가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게 <틴맘> 논란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과 함께 '여성이 마주치는 여러 사회적 조건들'이 이제 막 논의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나아가 미성년자 임신을 둘러싼 현실의 문제를 간과한 채 이 소재를 단지 남성적 시선에서 '모에화'(의인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틴맘> 속 성적 대상화의 문제는 뒤늦게 수정 작업을 한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원고의 일부 수정이 원작의 의도까지 지울 수는 없으니까요. 지우고 싶었다면, 연재 이전부터 성적 대상화 장면을 전면 수정하는 수준의 노력은 있어야 했습니다. 그것을 '문제'로 인식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작가의 자유도를 적극적으로 침해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 애초에 이 문제적인 작품을 국내 1위 웹툰 플랫폼에 수입해 오는 것이 옳았냐, 가져오기로 결정했다면 문제가 될 부분을 그대로 안고 오는 것이 옳았느냐 묻는 겁니다. 네이버는 이 가장 중요한 부분, 즉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때그때의 논란을 수습하고 소규모로 반박하려는 노력만 보일 뿐이지요.
그러다보니 작가가 SNS에 미성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야짤"을 공유해 왔다거나, 원작이 인기리에 연재됐던 태국 현지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는 등 추가적인 지적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도 없게 됐습니다.
왜 네이버는 '혐오 콘텐츠'를 방치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