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렵고 불편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 서글픈데, 그런데 너무 예쁘다. 여기, 캐나다. 여기, 이 동네. 눈만 들면 종류도 다양한 갖가지 나무들이 주륵 늘어서있고 발 아래 들꽃들이 촘촘하다.
이은경
쉬울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만만치 않은 생활이다. 아이들이 학교만 잘 다녀준다면 매일 싸는 도시락 쯤은 하나도 힘들어하지 않으리라 호언장담했지만, 학교가 재밌다며 여유를 부리는 아이들을 보며 내일 도시락은 뭘 싸주지 하는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참 어렵고 불편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 서글픈데, 그런데 너무 예쁘다. 여기, 캐나다. 여기, 이 동네. 눈만 들면 종류도 다양한 갖가지 나무들이 주륵 늘어서있고 발 아래 들꽃들이 촘촘하다. 길은 시원시원 뚫려있고 어디도 붐비지 않으며 어디도 큰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널찍한 공간, 파란 하늘,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한 구름, 푸른 잔디, 고소하고 깨끗한 공기까지.
열심히 돌아다녀 간신히 구한 비싼 김치를 사갖고 돌아오는 길에도 하늘은 왜 이렇게 예쁘고, 교육청에서 아이 상담 후에 검사 일정을 잡자는 말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도 바람은 왜 이렇게 상쾌한지. 무거운 마음에 좀 걸어볼까 싶어 나간 마을 산책로에서 만난 동네 주민들은 하나같이 눈을 마주치며 선하게 예쁘게 웃어보인다. 여기 캐나다 맞구나. 그래, 여기 캐나다였어. 다들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캐나다에서 내가 살고 있는 거라구.
막연한 환상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잘 할 수 있을 거라 장담했다. 장담은 절반의 성공을 치르는 중이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잘 하고 있는거라 스스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아프지 않고 밥 굶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안도하며 하나씩 조금씩 단추를 끼워가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마트 물가에 마음이 쪼그라들어 맘편히 외식 한 번 못하고 매끼 냄비밥 해 먹느라 하루가 짧지만 이렇게 하는 것 말고는 달리 뭘 해야 할지 뭘 하지 말아야 할지 어떻게 하는 게 더 잘하는 건지 모르니 하루하루 더 즐겁게 더 감사하게 사는 것이 지금 내게, 우리 가족에게 최선이리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