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與性成습관이 오래되면 마침내 천성이 된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이명수
일본인의 수준 높은 공중도덕심은 철저한 가정교육에서 길러진 것이다. 일본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습관적으로 '메이와쿠 카케루나(迷惑を掛けるな)'라고 말한다. '남에게 폐 끼치지 마라'는 뜻의 이 말은 일본의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다. 또한, 자신이 돈을 주고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일이라고 해도 반드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도록 가르친다. 이는 형식적 예절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조금 느려도 기초에 충실한 것이 일본의 교육 방침이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꼼꼼하게 해나가야 인간관계나 하는 일에서도 실수하는 일이 적을 것은 당연하다.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일본인들은 밤 10시 이후에는 샤워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강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웃집에서 밤늦게 샤워기를 사용하면 물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는 문화 수준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질서 의식과 청결한 거리를 유지하는 깨어 있는 시민의식, 그리고 독서 습관은 우리 국민들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천지원수에게도 배울 것은 배워야 발전이 있다.
<서경>에 '습여성성(習與性成)'이란 사자성어가 나온다. 배운 것을 되새겨 몸에 익히면 자동적으로 행동이 되므로 마침내 천성이 된다는 의미다. '익힐 습(習)'의 갑골문자는 어린 새의 날갯짓이다. 어린 새가 스스로 지속적인 날갯짓을 하여 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수많은 연습 끝에 날개에 힘이 붙으면서 비로소 나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아름답고 추한지 등을 분별할 수 있다. 그런데도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길거리에 함부로 버리는 등 수준 낮은 행동을 한다. 결국,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 된다. 아무리 쉬운 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실천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행동의 약 40%는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무심코 이뤄지는 습관에 의한다고 한다. 독서건 예의범절이건 모든 것이 습관의 산물이다. 좋은 인생을 살고 싶으면 좋은 습관이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표현되도록 해야 한다.
나는 가정교육만 제대로 되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대부분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며 자라고 학습한다. 인성교육의 시작과 끝은 가정이며, 교육의 주체는 부모이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속담이 바로 연상되는, 아이답지 않은 영악함과 표독스러움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그런 광경도 보게 되는 삭막한 세상이다. 이제 불과 10세 초등학생이 환갑을 바라보는 운전기사에게 쏟아낸 충격적인 막말과 위험한 행동을 방송을 통해 보고서 소름이 돋았었다. 아이는 어디서 그토록 못된 언행을 배웠을까?
누구나 부모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부단한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거창한 설교보다는 부모의 행동이 곧 가정교육이다. 진정으로 자녀가 올바른 인물이 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부모의 교육 철학은 아이의 미래를 예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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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3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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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에게 막말한 초등학생, 어디서 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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