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로 할머니 카페지기 김정순 할머니, 장기범 할아버지.
광양시대
할머니는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들이 있어 좋다"면서 8년 전쯤 동네 아주머니들이 직접 만들 어주고 간 간판과 메뉴판을 자랑하셨다. 이 노부부는 가야공원 관리인도 자처하고 있다. 18년째 가야공원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돌며 쓸고 쓰레기를 치운다고. 거동이 불편해 움직이기 힘든 날이면 사람을 써서라도 가야공원 관리만큼은 하루도 빼놓지 않으셨다고 했다.
"노점상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먹고 살아야 되니까, 염치 없이 판을 벌렸지, 그래도 내쫓지 않고 장사하게 해준 광양시에 고마워서, 우리가 뭐라도 할 게 없을까 싶어 시작한 공원 청소가 벌써 18년이여. 그래서 가야공원은 따로 관리자가 없어도 깨끗한 거여."
노부부는 광양과 이렇게 인연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그 어려운 시절 대학까지 졸업했다. 잘 나가던 집안이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로 인해 점점 기울기 시작하더니 결국 풍비박산이 됐다. 아들은 여기저기 쫓기다 급기야 숨어 지내는 신세가 됐고 노부부는 그런 아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아들이 광양 친구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길로 내려와 아들과 새 인생을 살아보자며 시작한게 바로 이 노점인 것이다. 앞으로 건강하게, 손주들 일만 잘 풀리면 여한이 없다는 노부부. 신문 인터뷰가 처음이라, 기자의 명함을 항상 지갑 속에 간직하고 다니시겠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 말씀도 없이 옅은 미소를 머금고 계셨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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