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혜영 감독과의 시간 감독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장 혜영 감독이 진솔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이다.
시민기획단 나침반
- 영상을 보니 혜정이 매우 똑똑해 보이고 일상생활도 잘 적응하고 대화도 잘 되는데, 적응기간 같은 게 있었나?
"혜정은 시설에 있을 때 도전적 행동이 심해서 시설에서 데리고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혜정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거의 돌봄을 했던 내가 보기에 혜정의 도전적 행동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탈 시설을 강행했다.
장밋빛 시나리오만 생각한 건 아니다. 잘못될 경우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렇더라도 탈 시설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을 그 가정에만, 그중에서도 주로 여성 구성원에게만 전가하는 것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사는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위험을 감지하는 시선이 많기 때문에 더 좋은 환경이 되리라는 생각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죄스운 마음이 든다.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 앞에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좀 죄스럽다. '행여 나의 말이 마음의 상처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면서 말한다."
- 공적인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한국에서 장애인 가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꿈꾸는 제도, 원하는 나라의 방향이 있나?
"공적 지원은 중요하다. 결국에 인식만 바뀐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제도와 인식이 함께 가야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원하는 서비스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 이건 상징성을 가지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장애자 부양문제'를 폐지하는 것, '탈 시설'로 나아가는 것! 지역사회에서 태어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다가 지역사회에서 가장 자신다운 방식으로 죽을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복지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약해질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지원하고, 사람이 아플 때는 아픈 사람을 지원하고, 늙어서 연약해질 때 그 사람을 지원하고, 장애가 있을 때 그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교육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획기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생각하는 것처럼 관념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생각할 수 있어야 된다.
남을 돌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속성은 죽음이다. 연약해져 가다가 마지막에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존엄을 잃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시대의 큰 화두이다. 앞에 말한 것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원하는 만큼 24시간 활동 지원 서비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사회를 함께 발전시키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갈 나의 이웃이라고 말하는 장혜영 감독의 마음이 곱고 소중하다. 감독이 하려는 일들이 오롯이 전해져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나비효과가 되어 더욱 따뜻한 이웃들과 안전하고 만족스런 사회를 만들게 될 것 같다. 감독의 따뜻한 마음에 감수성이 한 계단 더 올라갔다.
다음은 감수성 올림 다섯 번째 이야기다. <바깥은 여름>의 저자 김애란과 싱어 송 라이터 '시와'를 모시고 감수성을 더 높여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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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운, 힘들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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