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월 18일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해운대센터에서 압수수색하고 있다. 해운대센터는 2014년 초 노조를 결성한 서비스 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폐업 했다가 다시 문을 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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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종결과는 조사내용을 완전히 배신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2013년 근로감독 결과를 뒤집는 데에 주요역할을 한 고용부 관료와 노조파괴 문건 수사팀장은 동일 인물이었다. 이처럼 고용부가 삼성에 부역한 것으로 보이는 혐의점들은 충분한 규모의 증거로 존재한다. 검찰은 이 고용부 관료들을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 과정에서 적재적소에 물리력을 과잉 투입하여 삼성을 훌륭하게 엄호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2014년 5월 염호석 조합원 장례식장에 난입하여 시신을 탈취해간 일이다. 현재 구속 기소된 김아무개 경정은 당시 고인의 아버지에게 브로커를 붙여서 삼성으로부터 수억 원의 돈을 받게끔 공작을 벌였다.
그 결과 고인의 아버지는 노조 장례를 치르기로 한 애초 의사를 바꾸어 시신을 가지고 고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경찰이 데려온 브로커는 계획적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10분도 채 되지 않아 300여 명의 기동대 병력을 장례식장에 투입했다. 가장 사적이고 경건해야 할 장례식장은 아수라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투입경위도 일절 설명하지 않고 방패로 조문객들을 내려찍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으며, 최루액을 경고도 없이 불특정 다수 시민에게 살포하였다.
이날 체포연행자 수는 25명에 달했다. 경찰의 폭력은 이틀 뒤 밀양화장장에서도 계속됐다. 경찰은 고인의 아버지와 의견을 달리하는 어머니마저 물리력으로 가두었고 이를 항의하는 조합원들에게 또 다시 최루액을 난사하고 밀어 넘어뜨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법적 판단을 떠나 이는 천륜에 어긋나는 악행이다. 게다가 그 가해자가 경찰이라는 것이 공포스럽다. 이 부분 경찰의 책임을 명명백백히 밝히지 않는다면 검찰은 노고에도 불구하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③ 그리고 법원
셋째, 법원에 대한 우려다. 지난 7개월 수사기간 동안 검찰은 총 16회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단 4회만 인용했다. 통상 구속영장 인용률은 80% 안팎이라고 한다. 그런데 삼성 사건에서는 기각률이 80%에 육박한다. 이는 굉장히 유의미한 통계임은 틀림없다.
법원은 삼성의 2인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그 사유로, 물증은 있으나 진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했다. 진술만 있고 물증이 없는 경우라면 이해가 되지만 그 반대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고소인과 변호인이 수사과정에서 제출한 증거와 검찰이 확보한 증거는 대부분 문서이거나 전자파일로서 증거능력이 상당하고 한 장소에서 압수된 문서의 양이 6천 건에 이를 정도로 전체적인 양도 방대하다. 혐의는 충분히 입증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영장이 기각된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고위·핵심 지휘자들이다. 증거인멸우려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즉 삼성사건에서 검찰이 유독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제 법원으로 공이 넘어갔는데, 사법농단사태와 그 후속처리 과정에서 노출되고 있는 그들의 미덥지 않은 모습과 지금까지 삼성 앞에서 유독 작아지던 태도가 재판과정에서는 어떠할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신화가 아니라 치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