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민청련 창립식에서 김근태 전의장이 기념 강연한 ‘80년대 후반 민족민주운동의 전망과 과제’ 원고의 목차
민청련동지회
운동 세력 내부에서 각 그룹 마다 논의해 오던 '새로운 민중운동연합'에 대해 김근태는 출옥 후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그러한 자기 생각의 대강을 9월 3일 성만민청련 창립식 기념강연에서 '80년대 후반 민족민주운동의 전망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얼마 뒤 기관지 <민주화의 길>과의 특별대담 '민족민주운동의 현 단계와 과제'를 통해 밝혔다.
김근태 생각의 핵심은 운동 세력의 재편에 대한 논의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연합전선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전선을 두 개로 나누어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하나는 민족민주운동전선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전선이었다.
두 전선은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사회 계급에서 차이가 있었다. 민족민주전선은 다수의 동자, 소생산자, 농민, 도시빈민, 중소자본가를 토대로 한 전선이고, 현실 정치세력으로는 민중운동역량과 재야운동의 일부로 구성된다. 반면 국민전선은 중소자본가와 비독점대기업을 주 토대로 하며, 현실 정치세력으로는 제도정치의 야당 세력과 재야운동의 일부로 구성된다.
각 전선이 기반하고 있는 토대의 차이는 이들의 정치노선의 차이로 나타나는데, 국민전선은 형식적 민주주의의 성취에 중점을 두지만 민족민주전선은 민중의 이익이 실현되는 민주주의, 그리고 분단의 극복을 추구한다.
김근태는 국민전선이 비록 불철저한 민주주의에 자족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이 군사독재와의 비타협적 투쟁에 앞장서는 한 그들을 배척해서는 안 되며 함께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운동세력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민족민주전선을 튼튼하게 꾸려내는 것이라고 했다. 튼실한 민족민주전선을 구축하고 그 힘으로 국민전선이 이끌어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근태의 이러한 구상은 지난 대선에서의 운동 세력 간 대립과 분열을 해소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김근태 자신은 그러한 일을 자신의 임무로 설정한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