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당 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습니다.
배석근
영동과 영서를 잇던 느릅고개사람 왕래가 잦았던 고개이긴 하지만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라는 큰 산줄기 두 개가 만나는 깊은 산속이어서 사람을 해치는 짐승 역시 많았을 것입니다.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그래서 사람들은 열 명쯤 모여서 이 고개를 함께 넘었고, 고갯마루에는 산신당을 세워 고개를 넘나드는 이들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역사가 1천 년쯤은 될 듯한 이 산신당은 세월이 흐르고 전란을 겪으며 세우고 허물어지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지금의 건물은 1997년 새로 지은 것입니다.
사람들이 굿을 마치고 떠난 당집을 살펴봅니다. 이런 집을 만나면 호기심이 일어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봐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이런, 자물쇠로 문을 잠가 놓았습니다.
옛날 같으면 이런 집은 꼭 제를 지낼 때만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나그네가 고갯길을 넘다가 날이 저물면 문을 열고 들어가 바닥에 몸을 눕히고 불편한 대로 하룻밤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또 고개를 넘다가 갑자기 소나기라도 만나면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가 비를 그은 뒤 비가 그치면 다시 길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한데 지금은 아예 문을 잠가 놨으니 들어가기는커녕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습니다. 안에 모신 산신령도 무척 갑갑해 하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