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의 안내문
김진일
이번 택배 논란이 '갑질 논란'으로 번진 것은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단지 내에 게시한 택배 배송관련 안내문 때문이다. 택배차량 출입불가 이유로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내건 것. 물건을 찾으러 오라는 택배 노동자의 요구에는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는 식으로 대응하라고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아파트의 갑질로 인한 택배 노동자들의 피해가 부각돼 택배기사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택배 분실 우려 속에서도 아파트 주차장에 물건을 내려놓는 상황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택배 차량이 아파트 지상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면 표면상 논란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주민들이 출입불가를 결정한 "안전 우려"는 묵살되고 만다.
아파트 주민들도 속상하긴 마찬가지다. '택배차량 출입불가' 결정 이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택배회사와 협의를 시도했지만 일부 대형 업체는 협의는커녕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업체 측에서는 단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은 채 고통을 택배기사와 주민에게 전가하며 기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택배시스템 책임지는 택배회사가 나서야그렇다면 이 문제 해결의 주체는 누구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먼저 택배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택배회사가 나서야 한다. 현재 택배노동자는 택배회사가 구축한 시스템 내에서 배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다수가 시간에 쫓겨 분초를 다투며 뛰어다니고 있다.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근무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공짜노동 분류작업'에 투여하느라 안정적인 배송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사고는 현재 택배시스템 상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인재이다.
그런데, 택배회사 측은 "택배기사들은 일대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높이가 낮은 탑차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하며, "아파트 한쪽에 배송 물품을 쌓아두고 주민들에게 찾아가라고 연락"하거나 해당 아파트에 배송 거부하는 방침을 밝혔다.
택배회사는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배송 물품을 쌓아두라는 택배회사의 지시를 따르다가 분실될 경우 그 부담은 오롯이 택배노동자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 시킬 때는 직원처럼 부려먹으며 책임질 일 있으면 개인사업자라며 나 몰라라 하는 책임회피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택배업을 관할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에게도 적극적 역할을 요구한다. 우선 향후 건설될 아파트 주차장의 높이 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현재 완공된 아파트의 경우에는 아파트 입구에 회사 문서보관실과 같은 무인택배 보관실 설치를 제도화하고 국토교통부에서는 설치비용을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
당장은 컨테이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고,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입주민카드를 택배기사에 제공해 출입하게 하고 CCTV 설치강화 등으로 보안 대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을 마련하는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단지내 택배차량 출입 허용을 아파트단지에 권고해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해당 아파트 단지들도 대안 모색에 함께 나서주기를 바란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오늘도 고객의 물품을 배송하느라 분초를 다투며 뛰어다니는 택배노동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택배노동자의 처지를 배려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아울러 언론도 주민과 택배기사간 갈등만 부각시키지 말 것을 부탁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4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 '갑질'이 문제가 아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