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06년 7월 31일 한미 FTA 특별위원회를 열고 한미 FTA 협상 추진과정 전반에 대해 질의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앞두고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 당시이던 2006년 7월 구성된 국회 한미FTA 체결대책 특별위원회는 다음해인 2007년 9월 28일까지 총 28차례의 회의를 통해 한미FTA 협상의 전반적 내용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은 요원하다. 산업부 당국자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특위 구성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같은 산업부의 반대로 인해 특위 구성결의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통상외교의 '2무(無)', 국회의 관심 부족은 정말 큰 문제다.
밀행주의와 국회의 관심 부족이 초래한 국민 지지 부족행정부는 감추고, 국회는 방치한다. 깜깜이로 진행되는 협상의 내용을 모르기에, 국민적 여론은 모아질 수조차 없다.
국민은 지금 불안하다. 미국계 회사 GM은 군산공장 폐쇄방침을 밝혔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미국의 무역보복에 노출된 수출액만도 세탁기(1조 원), 태양광 모듈(1조 4천억 원), 철강(3조 5천억 원) 등 무려 연간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 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8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3% 줄었다. 올 2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7%나 급감했다.
협상이 완료되지도 않았음에도, 선제적으로 미국에 대한 흑자 줄이기에 나선 탓이다. 힘의 무대인 외교협상에서 국민적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적 협상이 될 수 없으리란 것은 '선제적 흑자 줄이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밀행주의 타파를 통한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다통상외교의 '3무'라 지적받았던 전략, 컨트롤타워, 전문가도 조속히 갖춰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필요한 것이 행정부의 투명성, 국회의 적극적 개입, 그리고 국민적 지지다.
그 시작은 통상교섭본부의 밀행주의 행태를 타파하는 것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2010년 펴낸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에서 기존의 FTA 추진과정에서의 밀행주의에 대해 이렇게 후회했다.
"한미, 한EU FTA를 비롯하여 수십 개 국가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나는 어떡하면 국민과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까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중략)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념과 지역, 계층 간 갈등은 생각보다 깊었다. 대국민 차원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 때문이다(497면)"이어 그는 이렇게 적었다."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진정한 힘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지금도 변함없는 진실이다. 통상교섭본부가 보다 투명하게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의 길로 들어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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