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에서 서 있는 아이들
김재훈
한 10분 정도 지나자, 드디어 입학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조금 시끄러운데요. 자, 합죽이가 됩시다!""합!""네, 좋아요. 전체 일어 서! 자, 지금부터 ㅇㅇ초등학교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국기에 대하여 경례!"선생님의 목소리가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흘러나왔습니다. 그 소리에 웅성웅성하던 아이들, 딴짓하던 아이들도 모두 입을 다문 채 제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앞에 걸린 태극기를 바라보고 오른쪽 손을 왼쪽 가슴 위에 올렸습니다. 이어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두리번두리번하다 고개를 숙였습니다.
"바로! 다음은 내빈 소개입니다. 오늘 입학하는 여러분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온 내빈들이 있습니다. 모두 큰 박수 바랍니다."아이들의 입학을 위해 축하하러 온 내빈은 총 4명. 이들의 소개와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따라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1학년 1반 1번 학생이 대표로 입학 허가증을 받았습니다. 다음은 교장 선생님의 환영사 순서였습니다.
"자, 모두 조용히 하세요. 합죽이가 됩시다!""합!""교장 선생님의 환영사입니다.""네, 안녕하세요. 교장 ㅇㅇㅇ 입니다. ㅇㅇ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여러분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계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에게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겠습니다..."꼭 서서 교장 선생님을 바라봐야 하나요?저는 다리가 아파서 의자에 앉았습니다. 학부모들을 위해 준비된 의자의 수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기 위해 서 있었기 때문에 저는 앉을 수 있었습니다.
서 있는 학부모들 사이로 가방을 메고, 손에 신발주머니를 들고 앞을 보고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25분. 아이들이 조용히 서 있은 지 10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왜 아이들이 입을 다문 채 제자리에 서서 교장 선생님의 연설을 들어야 하는지, 교장 선생님은 높은 단상에서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모두 편하게, 아니면 아이들이라도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게 하거나,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과 동등한 높이에서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건 안 되는 일일까요?
"다음은 선생님들 소개 시간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길 바랍니다. 호명된 선생님은 손을 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1학년 1반 담임 ㅇㅇㅇ선생님..."(중략)"이것으로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제자리에 앉아!"1학년에서 6학년 담임 선생님과 담당 선생님들까지, 총 30여 명이 넘는 선생님들의 소개가 끝나고 나서야 아이들은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시간은 20여 분. 아이들에게 이날의 입학식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합죽이'의 뜻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