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복이 쓴 책 두 권. 왼쪽은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휴머니스트), 오른쪽은 신간 <마을정부를 말하다>(행복한 책읽기).
휴머니스트/행복한책읽기
마을공동체라는 열쇠 개념으로 성숙사회 패러다임에 입각한 사회만들기의 정책을 논의한 흥미로운 책이 두 권 있다. 유창복의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2014)와 올해 출간된 <마을정부를 말하다>(2018)가 그것이다.
이 두 책은 구체적이고 현장감이 있다. 마을공동체나 성숙한 사회에 대해 추상적으로 이해되기 관념성을 제거하고 실제로 도시형 마을의 주민을 만나고 온 것과 같은 현장감이 있다. 이는 저자가 제시하는 정책 이야기들이 오랜 기간의 마을살이와 지난 6년간 서울시정에서의 행정 경험을 통해 경작된 것에 기인할 것이다.
책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이 성미산마을에서의 마을살이와 서울시 초대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공동체의 형성 과정과 마을 친화적인 행정의 과제를 논의한 결과물이라면, 책 <마을정부를 말하다>는 서울시 협치자문관의 활동을 통해 터득하게 된 마을정부와 마을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사회만들기의 제도적 환경과 관련된 지방정부의 역할 및 과제를 논의한다. 여기서는 <마을정부를 말하다>란 책을 중심으로 그가 제시한 마을정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저성장 시대의 성숙한 사회만들기라는 관점에서 그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성숙한 사회만들기와 사회의 공동체적 기반 저자 유창복에 따르면, 저성장 시대의 성숙한 사회만들기를 과제로 하는 지방정부의 핵심 역할은 마을공동체의 형성과 그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에 있다. 사실 6년 전, 박원순 시장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들고 나왔을 때 생뚱맞다는 느낌을 가진 서울시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고, 아직도 그런 시민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립과 적대로 표현되는 각자도생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바쁜 주민들에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전원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을'이란 말이 한가하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전통적 마을과 달리 호혜적인 생활관계망을 뜻하는 도시형 마을공동체는 그 효과를 직접 경험하지 않는 한 체감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원순 시정은 밀어붙였다. 박원순 시장은 유창복이 관여했던 '성미산마을'이 저성장 시대의 실현가능한 성숙사회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했고, 그에게 마을공동체 정책의 골간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맡겼던 것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도시사회에서의 사회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기준을 사회의 공동체적 기반의 강화에서 찾는 관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에게 마을공동체는 성숙한 사회를 가늠하는 기준이었고, 성숙한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추동력이 생성되는 것으로 위치 지어졌던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각종 저서 등의 기록에 비춰 보면, 그에게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하는 다종다양한 호혜적인 생활관계망의 존재는 도시 사회의 공동체적 기반을 강화시키는 것을 의미했고, '경제성장 지향적인 사회'의 각종 문제점을 (저성장 시대에 걸맞는 형태로) 해결할 수 있는 인적 자원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보고(宝庫)였다. 이는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대안에너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같은 혁신적인 정책들의 최종 목적을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 성장사회를 성숙사회로 재편하는 것에 설정했던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마을공화국,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