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을 시작한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식사 장면에서 출연자들의 젓가락질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pixabay
몇 달 전 간만에 언니, 오빠네 식구들과 함께 가족 식사모임이 있었다. 아직은 불안정하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새로운 젓가락질로 식사를 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처음으로 식구들의 젓가락질을 유심히 관찰했다가 작은 충격을 받았다. 40, 50대인 그들조차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특히나 큰 언니의 젓가락질은 위의 K양과 쌍벽을 이룰 만큼 개성적이었다.
대체 작금의 한국인들의 젓가락질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어릴 땐 나만 젓가락질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오히려 지금은 제대로 하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교정을 시작한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식사 장면에서 출연자들의 젓가락질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들 역시 제대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인터넷엔 가끔 기이한 젓가락질을 하는 아이들 스타가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몇 달 전 모 드라마에서 열연한 배우 최민수씨가 가족들과 식사하는 장면에서 유일하게 혼자 제대로 하는 걸 보고 역시 명배우라며 감탄했었다.
교정을 시작한 지 6개월 쯤 된 지금 나의 젓가락질은 이제 90% 정도 안정세다. 워낙 몸치라 그런지 이런 것 하나도 평균에 비해 느린가보다. 하지만 나의 '폼 나는' 젓가락질이 스스로 만족스럽다. 젓가락을 들고 일부러 폼나게 거울에 비춰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한다.
소위 '밥상 예절'이란 걸 지키자고 하면서도 정작 아이들에게 젓가락질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것은, 요즘은 어른들 또한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도 어린 시절 누구에게도 그걸 제대로 배운 적도,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
이제는 동영상을 통해 무엇이든 혼자 배울 수 있는 시대다. 나처럼 자신의 젓가락질이 불편하고 싫어도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분들은 이제라도 용기를 내 실행해 옮기기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