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를 10년째 지키고 있는 경비원 이정익(가명·63)씨는 5일 용역업체 D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오는 9일부로 해고 통보를 받은 이들 98명 가운데 약 20여명의 동료들은 일터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박동우
[기사 보강: 2월 7일 오후 5시 20분]서울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를 10년째 지키고 있는 경비원 이정익(가명·63)씨는 5일 용역업체 D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오는 9일부로 해고 통보를 받은 이들 94명 가운데 약 20여 명의 동료들은 일터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새로 생긴 직책 '관리원'을 자임했다. 주차 관리, 택배 보관, 재활용품 분리수거, 청소, 제설 작업 등을 도맡는 일이다. 지난 1일 대표회의는 관리사무소가 낸 '경비원 및 관리원 운영 안내' 공고문을 통해 경비 인력의 수를 크게 줄여 24시간 격일 근무하는 순찰조원을 28명 두고, 3조 3교대 근무하는 관리원을 70명 간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바뀐 편제는 이달 26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집집마다 안내문이 날아들었다. 현행 경비원 근무 제도 변경을 설명하는 게 주된 내용이란다. 6일 구현대아파트 단지에서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번 경비원 해고 사태의 제일 큰 책임은 대표회의에 있다"고 성토했다.
실질적 경비역 '순찰조원' 수는 28명 불과61동 근처 인도를 지나던 조영수(가명·52)씨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들의 의사는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은 채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신문을 읽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아파트라는 점에서 도둑이 활개 치지 않을까 두렵다"며 "경비 용역업체의 간접고용이 주민들의 편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타당성 분석 평가를 해서 주민들한테 알려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입주 6년 차 주부 김지윤(가명·40)씨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원래 그렇게 일방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며 혀를 찼다. 김씨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지출을 약간만 줄이면 경비원들을 계속 고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차라리 관리비를 더 내서 경비원 월급을 올려주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을 자르는 건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기실 2014년 18대 입주자대표회장 선거에 이어 2016년 19대 선거 때도 부정선거 시비가 붙었다. 잡음이 끊이질 않으니, 대표회의를 둘러싼 주민들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이 운용하는 예산 액수만 한 해 80억 원에 육박한다. 의심의 눈초리를 쉬이 거둘 리 없다.
78동 주차장에서 만난 허준상(가명·64)씨는 "많은 주민들이 경비원 해고에 반대했는데 동대표들의 뜻이 관철됐다"며 "입주자대표회장과 동대표들이 짬짜미해서 용역회사를 끌어들인 게 혹시 돈과 관계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