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중족발집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경실련
-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은 많으세요? 김우식 "저희가 3차까지 집행을 막아낸 건, 도와주시는 분들 없으면 못 했을 거예요. 맘상모(마음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들의모임)는 저희처럼 다 장사하는 분들이세요. 저희처럼 이런 일 겪고 분쟁에서 합의 봐서 다시 장사 시작하시는 분도 있고, 장사 아예 접고 회사 다니는 분도 있고, 아직 분쟁은 안 일어났지만 다음 다음 차례로 대기하고 계시는 분도 있어요. 맘상모가 법률자문부터 수요집회 등 저희와 항상 같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윤경자 "그밖에도 보도가 많이 되고, 뉴스나 SNS 통해서 저희 사례를 접하고 찾아주시는 분도 많아요. 3차 집행 때는 새벽부터 모였거든요. 9시에 들어온다고 해서 새벽 6시부터 모였는데, 제가 처음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니까요. 우리가게 처음 오는 젊은 학생들이 집행을 막아내겠다고 왔어요.
'사장님 힘내세요! 제가 보고 들어서 많이 알고 있어도 온 건 처음이에요. 많이 오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 돼서 많이 못왔어요. 오늘 와 봤으니까 다음에 또 올게요'하고 가는 거예요. 두 달 동안 있으면서 저희한테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 느껴요. 그러니까 버틸 힘이 돼요."
김우식 "저희 가게 단골손님도 문이 항상 닫혀 있으니까 지나다니기만 했대요. '사장님 힘드시죠? 여기 지나가기만 했는데 항상 문이 닫혀 있어서 사장님 못 뵈었어요. 저도 이 동네 살고 있습니다. 서촌이라고 뜨면서 이렇게 된 건데, 이제는 사장님만의 싸움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 거 같아요. 사장님이 쫓겨나면 여기 임대료 다 오르는 거예요. 사장님 꼭 이기셔야 해요' 말하고 가시더라고요."
윤경자 "어떤 분은 집에서 쿠키를 손수 구워가지고 쇼핑백에 메모를 붙여서 앞집에 맡겨놨어요. 자기네 온 가족이 우리네 족발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빨리 이기시라고... 그런 거 보면서 '세상에 진짜 나 혼자라고 느꼈는데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실감하게 돼요. 처음엔 죽을 거 같았거든요."
- 업을 못하셔서 생활에도 어려움이 많으시겠어요. 윤경자 "장사는 못하는데 계속 (돈이) 나가는 건 생기니까 어렵죠. 여기 지켜주시는 분들 생활하는 데도 돈이 들고, 한번 오면 스무 명에서 서른 명씩 오시니까. 그 사람들 먹거리며 돈이 계속 들죠. 그래도 돈으로 안 되시는 분들은 음식으로 연대해주시고, 김장철에는 자기네 김치 담그시면서 한 통씩 가져다 주기도 하셨어요. 인터넷에 후원계좌 열어서 십시일반 모이는 게, 그게 꽤 큰돈이 되더라고요. 큰 돈 송금하는 게 아니라 1인당 5천 원, 1만 원씩 모으면 그래도 꾸려나가겠더라고요."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우식 "이제 법정싸움하고 경찰서 조사만 남아있어요. 법적으로는 진 건데요, 아직 손해배상청구 건도 남아있고, 유치권 소송이 진행 중이에요. 강제집행은 중지된 상태라 또 들어올 수 있어요. 저번엔 법원 인력이 20명 내외로 적게 왔었는데, 이번엔 더 많이 올 수도 있어요. 보통 건물주가 3차 4차까지는 집행을 안 한다고 들었어요. 무리라고 생각해서 안 한 대요. 4차까지 하면 그때서 '아 안 되겠구나'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상태에서는 일단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윤경자 "24시간 항상 사람이 지키고 있고, 요일별로 행사를 해줘요. 제일 고마웠던 게 옥바라지선교센터는 기도회를 열어주시고, 음악가들은 다른 음악가들 추천해서 공연, 시낭독회, 영화상영도 해줘요. 잡다한 생각하지 말고 기운 북돋아주려고 다양하게 문화제를 많이 해주시는 거 같아요.
안쪽에 테이블 4개 놓고 손님 받던 방은 이제 가게 지키는 사람들이 잠자는 곳이고, 공연할 때는 무대가 돼요. 가수분들이 이 무대를 되게 좋아하세요. 신발 벗고 양말 신고 공연해보긴 처음인데 웬만한 공연장 못지않고 좋다고 해요. 홍대입구에 있던 두리반 사례처럼 저희도 빨리 해결돼서 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어요."
경실련 활동가가 인터뷰를 하러 가자, 사장님 두 분은 떡볶이를 한 그릇 대접해주셨습니다. 분식집하신 경험 때문이신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영업도 못하시고 투쟁장으로 변해버린 가게를 보며 안타까웠지만, 지지해주고 함께 지켜주는 이들과 함께 꿋꿋이 싸우시는 두 분에게서 오히려 힘을 얻고 왔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북한산 아래 인수동에서 마을공동체 생활하며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삶을 다른 이들에게도 잘 전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뜨는 동네' 되니 임대료 '폭탄'... 서촌 족발집의 눈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