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우산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안내로 진짜 신속하게 모두들 대피한 모습.(자료사진)
김용만
"진짜 지진이 났어요! 빨리 운동장으로 대피하세요!"수업 중에 갑자기 다모임실 문을 열고 다급하게 외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진.이.라.니... 갑자기 '지진'이란 단어를 듣자 나와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를 듣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전래놀이 중 '실뜨기'에 열중하던 아이들의 동작이 '얼음 땡' 놀이를 할 때처럼 멈췄다. 다시 한번 심각한 표정으로 선생님이 외쳤다.
"훈련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고요! 당장 모두 밖으로 나가세요!"그 순간 나는 예주 학생과 눈이 딱 마주쳤다. 수업을 한창 진행 중이던 조금 전에 갑자기 예주가 나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지진이 난 것 같아요.""뭐라고? 무슨 지진이 나?""방금 제가 느꼈어요, 지진인 것 같아요.""오늘 밖에 바람이 많이 불더라. 아마 바람에 창문이 심하게 흔들린 거겠지."불과 몇 분도 되기 전에 예주와 내가 나눈 대화였다. 예주가 말한 게 사실이었다니...
지진 실제상황, 모두가 부둥켜안고 버틴 10분모두가 운동장으로 뛰쳐나와 한자리에 모이는데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안 됐다. 실내화를 신은 아이는 그나마 침착한 편에 속했고, 양말 바람에 겉옷도 걸치지 못하고 맨몸으로 뛰어나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순간에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두 불안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다. 그 와중에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자기 반 아이들 머릿수를 세면서 낙오된 아이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내가 마침 2학년 아이들 방과 후 수업 중이어서 모두 이끌고 나오긴 했지만 혹시나 해서 나도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 수를 하나씩 헤아리고 있었다.
강풍이 몰아치는 운동장 한복판에서 선생님도 아이들을 끌어안고, 아이들도 서로서로 꼭 부둥켜안은 채 그렇게 10여 분을 버텼다. 교장 선생님이 '더이상 여진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니 학교 건물 쪽으로 이동하라'고 했다. 모두 또 전속력으로 학교 쪽으로 뛰어갔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즉시 귀가를 시키고 남은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 인솔하에 교실에서 상황을 주시하라는 교장 선생님의 지시가 이어졌다. 나는 아직 6학년 수업이 남았지만 오늘은 수업 진행이 어렵겠다는 6학년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사천을 거쳐 순긋해변과 사근진해변, 경포해변으로 이어지는 귀갓길.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차를 세웠다. 오늘 일어난 일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