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아동 사진2"IS가 우리 마을 사람들을 참수하는 장면을 바로 앞에서 봤어요. IS가 잘 보라고 어린이들을 맨 앞줄에 세웠어요!" - 유셉 베흘루(14세)
여행하는카메라
IS가 마을 사람들을, 친척들을 참수하는 것도 모자라서 코흘리개 아이들에게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게 했다고 합니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아이들의 증언입니다. 예술치료사이기도 한 저로서는 이 그림을 그린 아이가 전형적인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PTSD는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경험해서 그 사건이 종료된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하며 고통과 공포감을 느끼는 증상입니다.
이런 걸 그려야지 하고 마음먹어서 나온 그림이 아닙니다. 너무 충격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을 압도하는 그 기억이 시도 때도 없이 재경험 되고 폭발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이 그림은 참여자의 누이가 그렸다고 하는데, 정작 그 누이는 그림을 자기가 그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교사들은 그 누이가 시리아에 있을 때는 아주 똑똑했는데 마지막 시리아에서의 몇 년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지금은 거의 바보가 되었다며 안타까워 한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PTSD 증상 중에는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심리적 충격이 너무 커서 아예 그 사건과 관련된 기억을 지우거나 얼이 나간 듯한 해리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 아이가 그런 경우이죠.
터키 국경 도시 킬리스(Kilis)는 7km만 가면 시리아 땅이기 때문에 시리아 난민들이 가장 많이 유입된 도시 중 하나로 11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시리아피스포토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한 아이들'이라고 하는 시리아난 민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20여 명의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며칠 동안 사진을 찍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참수 장면 목격에 대한 기억 외에도 시리아 아이들을 압도하고 있는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나의 조국'에 대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지를 물어봤을 때입니다.
"무너지다!"그 대답에 이어 유사한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의 기억 속 '나의 조국'은 무너지는 이미지였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 대부분이 폭격을 생생하게 겪은 것은 물론이요, 폭격으로 엄마와 동생을 잃은 아이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