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X뮤직 페스티벌 전경여성 재즈 그룹인 A-FUZZ의 음악을 감상하는 보라X뮤직 페스티벌 참가자들.
보라X뮤직 페스티벌
다양한 비건(vegan, 채식주의자) 음식, 아이 돌봄 서비스, 노약자를 위한 배리어 프리존(barrier free zone),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 등 이 모든 것을 갖춘 페스티벌이 있다. 국외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에서 지난 10월 8일에 개최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이다.
여성은 기존의 페스티벌에서 관음 등 다양한 성폭력에 노출된다. '모두의 축제'가 돼야 하는 공간에서, 여성은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실제로 성폭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웃통 벗은 남성들이 뛰어노는 광경에서 여성은 굳이 상의 탈의까지 하지 않아도 노골적 시선과 품평에 노출되고 종종 '페스티벌 후기'로 몰카가 올라와 인터넷에서 남성들의 유흥거리가 된다. 또 '여성은 잘 못 논다'는 편견에 대항하며 대차게 슬램존(슬램: 락 페스티벌의 놀이 문화 중 하나로,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음악에 맞춰 서로 몸을 부딪치며 노는 것.) 한복판에 뛰어들면 심심치 않게 성추행을 당한다. 하지만 이에 분노를 표출하면 "그러게 왜 여자가 남자들 노는 데 들어가서" 하는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은, 기존의 페스티벌에서 여성이 페스티벌 특유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으로부터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을 비판하며 등장했다.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문화 향유 기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여성이 마음 놓고 즐기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성평등과 배제 없는 문화의 정착을 위한 사회 운동의 한 갈래이기도 하다.
페스티벌의 이름인 '보라X'는 이러한 저항적 성격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 짧고 단순한 이름에 중의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보라'는 페미니즘의 색인 보라색을 의미하는 동시에 '보다'라는 동사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의 페미니즘 운동에 여성을 관음하는 시선을 의미하는 '시선강간'이라는 어휘가 시선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보라X는 '시선강간 하지 말라', 즉, 관음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단순히 시선강간을 '피하는 것'이 아닌, 시선을 던지는 사람에 대한 경고로 작용하므로 '시선으로부터의 해방', 즉 '여성의 자유'를 명시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여성을 '여성'이라는 분류 하나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여성 내에서의 차이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은 여성에 대한 배제뿐만 아니라, 여성 개개인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여성 내의 배제 또한 거부했다. 아이가 있어도,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어려도(보라X는 청소년과 장애 여성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청소년 단체인 아수나로 등 관련 단체들에 초대권을 후원했다) 보라X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한 모든 여성은 평등했다. 모두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 심도 있는 자문과 회의를 거쳐 만들어진 규칙과 서비스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