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15일 당사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국가라는 게 성립하려면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듯 국민, 영토, 주권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서 1948년 건국은 자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남소연
지금 보수 세력이 주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건국기념일' 제정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심각한 역사적 퇴행입니다. 우리 스스로 일제의 폭압에 굴하지 않고 독립선언문을 선포했고, 임시정부를 수립했다며 높은 기개와 자부심을 대내외에 과시했다가, 느닷없이 모든 일을 없던 것으로 덮으면서 스스로 일제 식민지 지배를 기정사실화하며 무려 30년 가까이 지난 1948년으로 우리의 자주성을 퇴보시키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러한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요? 건국의 공로를 특정인물과 세력의 것으로 독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1948년을 건국기념일로 제정하게 되면 이승만 이전의 모든 독립운동과 건국추진 활동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삭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공로를 이승만과 박정희 오직 두 사람이 사이좋게 나눠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구, 김원봉, 김규식, 여운형 등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의 공로를 가로채어 온전히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죠. 정말로 어리석은 발상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이들이 그토록 역사 교과서 개정 문제에 집착했던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보수 세력은 신 군국주의를 표방하는 아베 총리에 대해 역사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일본 제국주의 지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우리 스스로의 자주적 역사를 퇴행시키면서까지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일본 극우세력과 무슨 본질적 차이가 있습니까?
1,000만 관중을 돌파한 영화 '암살'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잊혀지겠죠?"라고 말한 약산 김원봉의 독백, 그리고 "3000불, 우리를 잊으면 안 돼"라고 했던 무명 투사의 간청에 대해 우리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들의 자조섞인 말들이 귓가에 맴돌면서 제 가슴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왜 우리는 스스로 당당하지 못할까?
광복이 누군가의 전유물이 될 수 없듯이, 건국도 누군가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두운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따사로운 한 줄기 빛을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만났듯이, 새로운 나라를 세운 것 또한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수고해서 이룬 것이지요. 그래서 광복에는 우파도 좌파도 없고, 건국에도 우파와 좌파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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