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Hudson City Savings Bank의 지역 차별(redlining) 현황을 지도로 표시한 자료. 빨간색 영역인 흑인+히스패닉 지역에는 교묘하게도 지점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득의
미국은 금융거래에 있어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시 특정 지역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인종, 성별, 결혼 여부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2015년 9월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과 법무성이 뉴욕 주 및 뉴저지 주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허드슨 저축은행의 지역 차별에 대해 고발하였는데, 이후 허드슨 저축은행은 그동안 고의로 외면해 왔던 지역에 지점 2개 신설 등 시정 조치에 합의했다.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납부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우리 금융위는 고객 차별로 인한 불건전한 사업계획에 대한 판단을 애써 외면하고, 오직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 확대 추세만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번 '씨티은행 사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앞으로 이런 추세가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시중은행으로 확대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고객이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고객을 고르게 된다. 보편적인 금융은 없어지고, 차별로 인해 은행의 공공성은 사라진다.
금융위, '대량 지점폐쇄'에 적극 개입해야이학영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 고객 중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 비율은 30~37%에 달한다. 2016년 말 현재 씨티은행 고객 323만 명 중 68만 명 21%가 인터넷뱅킹 미사용 고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뱅킹 미사용 고객의 금융소외층 전락이 우려된다.
현재 금융위가 금융소비자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마치 '피해 발생주의'를 방불케 한다. "도둑이 도둑질해서 털린 집이 통곡할 때까지 기다리는 꼴"이다. 피해 발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씨티은행의 노사 합의에 따라 노조의 반발은 무마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대량지점의 폐쇄로 인한 고객차별과 피해는 예상된다. 씨티은행이 고수익을 위해 키코(KIKO-중소기업이 극히 제한된 기대이익을 대가로 무제한의 위험에 처하게 된 파생금융 상품)를 가장 많이 판매한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공약하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많은 국민에게 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 금융위는 대통령의 공약인 금융소비자 보호와 신임 위원장의 '평등한 서비스'를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 그리고 씨티은행의 은행업 인가요건 위반 가능성과 자명하게 예상되는 각종 차별과 고객의 권익침해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
신임 금융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길목에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국 규모 은행은 지방의 지점을 완전히 폐쇄할 수 없도록 필수 지점 의무조항을 두거나, 대규모 지점 폐쇄는 금융위에 승인을 받도록 은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서비스 이용의 기회 균등 보장과 차별 금지 등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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