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된 위치에 표시된 숫자 230이란 이 위치에서 230번째 로드킬이 있었다는 말임
변영호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정확하게 말하면 전남 광양시 진성면 백학로 비촌마을 앞 도로의 일이다. 2015년부터 광양만녹색연합이 비촌마을 두꺼비 로드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면서 두꺼비 로드킬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광양만녹색연합은 지금까지도 두꺼비 로드킬 예방활동·구출활동을 펼쳐왔다.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요청하는 현수막도 붙이고, 산란을 위해 내려온 두꺼비들을 구출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올해 구출한 두꺼비만 450여 마리나 된다.
관심과 노력에도 올해 많은 두꺼비들이 로드킬 당했다. 올해 광양만녹색연합은 로드킬 당한 위치에 숫자를 세겼다. 집중적으로 로드킬 당한 위치는 도로 약 50m 구간. 두꺼비가 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이고, 건너편 산란장 저수지와 가장 가까운 도로다. 이 도로가 생기고 난 후 얼마나 많은 두꺼비가 세상을 떠났을까.
로드킬이 어디 두꺼비만의 잘못일까. 매년 봄비가 오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들이 비촌마을 앞 저수지로 가기 위해 산을 내려온다. 두꺼비는 느릿느릿 길을 건넌다. 달려오는 자동차가 있어도 가던 길을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도로가의 두꺼비는 로드킬에 취약하다. 두꺼비는 부모에게 물려 받은 본성으로 산으로 오르고, 산란철에 내려왔을 뿐이다. 알을 낳기 위해서 죽음을 감내하고서 도로 건너편에 있는 저수지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