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주둥이와 수려한 금색이 돋보이는 은어의 자태
某プロの (일본 커뮤니티)
은어는 해수와 담수를 오가며 자생하는 단년생 어종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은어는 다슬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1~2급수 지역에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청정 어종이다. 20℃ 내외의 온도에서 서식하는 냉수어종으로서, 바위에 붙어있는 깨끗한 이끼와 작은 곤충류를 먹고 살아간다. 시원하고 맑은 자연에서 살아가다 보니, 은어의 맛은 '달고 시원하며 수박 향이 난다'고 전해진다.
은어(銀魚)라는 이름은 그 모습에서 비롯됐다. 청록 빛과 회색 빛을 띈 몸이 은빛을 닮기도 했지만, 주둥이의 턱뼈가 은처럼 희다 하여 붙은 '은구어(銀口魚)'에서 유래된다(조선시대의 전원서적인 서유구의 <전어지>(佃漁志), 일종의 어류도감이라 할 수 있는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위와 같이 기록됐다).
사람들은 종종 은어를 '민물고기'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으나, 엄밀히 말하면 그 경계가 다소 애매한 어종이다(회귀성 어종). 은어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은어는 강가에서 가을 무렵 알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 겨울을 보낸다. 이후 봄기운이 찾아올 무렵(4~5월경) 자신이 태어난 강가를 거슬러, 남은 여생을 보내다 9~10월경에 자손을 남긴 뒤 장렬히 전사한다(모든 은어가 바다를 오가는 것은 아니다. 육봉형(陸封型) 은어는 오로지 강에서만 서식한다).
회와 구이, 국수, 식해에 이르는 다양한 조리법 은어는 예로부터 동아시아의 별미로 손꼽혔다. 정확한 취식의 역사를 유추할 수는 없으나, 지역에 따라서는 태고시대부터 섭취가 이어져 왔다고 보기도 한다. 굽이굽이 강산으로 뒤덮인 한반도라면, 은어의 자생이 너무나도 당연해 별도의 기록 없이도 먹어왔으리란 생각도 든다. 문헌상의 기록은 15세기 하연의 <경상도 지리지>(慶尙道地理志)에 처음 등장하는데, 경상도 각지의 은어서식 현황이 담겨 있다.
이후 <세종실록>(世宗實錄)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에서도 토산공물로써 한반도 각지의 은어(당시에는 은구어라 불렸다)를 소개하고 있는데, 다양한 문헌에서 은어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은 '식용어(食用魚)'로의 높은 가치를 방증한다. 주된 조리방법으로는 회와 구이가 손꼽히며, 연암 박지원의 '편지' 중에 "한 줄기 개천의 은어는 되는대로 회를 쳐서 맑은 못 곡수(曲水)에서 참말로 술잔을 띄워 흘려 봅시다"라는 기록이 등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