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대선과정에서 유독 도드라진 현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팬심에 의한 자발적인 정치참여'다. 자발적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인터넷 및 SNS상의 여론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 것이 특히 주목을 끌었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서울대 폴랩의 발표에서 드러나듯, 실제로 이들은 불리했던 문재인 후보에 대한 언론환경에 분개하여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과거 '알파팀'이나 '십알단' 등에 의해 여론이 조작되던 현상을 막아내며 중도층의 성향의 국민들에게 문재인 후보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랬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최근 진보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겨례', '경향', '오마이뉴스' 등으로 대표되는 진보언론에 대한 반격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들은 문재인 정부와 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후원 중단이나 절독운동 등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들을 바라보는 진보언론들의 시각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바른정당의 주호영 의원을 비롯한 여러 정치인들과 일부 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팬클럽을 해체하여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의 발언이나 기사 내용을 비판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하여 '아이돌을 지지하는 팬클럽들의 맹목적인 팬심을 갖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팬클럽을 해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팬클럽 자체를 형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이들은 대선 전 문재인 후보를 구심점으로 자발적으로 모여든 자유의지의 결정체들이지, 누군가에 의한 조직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설득하려 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트위터나 SNS 등에 올라온 게시물 등을 토대로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유롭고, 의견표출에 적극적이며, 자의식이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누군가의 통제를 받아 움직이지 않고, 자신들의 의지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대하여 자신들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자발적으로 정치활동을 한다. 또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스스로 움직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이들을 이끄는 리더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같은 지지자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설득하려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선거 막판 터져나왔던 'PK 패륜집단' 사건에서 보여준 이들의 활동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선거 막판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의 'PK 패륜집단결집' 발언에 대하여, 홍준표 후보 측에서 'PK가 모두 패륜집단이라는 것이냐?'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과거라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바로 사과하고, 사퇴하여 일을 무마하려 했을 것이고, 실제로 문용식 단장은 사과와 함께 사퇴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방법은 중도지지층들의 이탈을 막기엔 부족했다.
이 순간 국면의 프레임을 변환시켰던 것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홍준표 장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장악이었다. SNS에서 시작된 문재인 지지자들의 '홍준표 장인'에 대한 네이버 실시간 검색은 불과 몇 시간만에 국민들의 관심을 'PK 패륜집단'에서 '홍준표의 장인에 대한 패륜'으로 돌려놓았다. 이는 국민들에게 홍준표 후보의 민낯을 제대로 보려준 완벽한 되치기 한판이 되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런 행동이 조직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일부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특정 검색어와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여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자'는 제안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하였을 뿐이다. 이에 대한 참가 여부는 이 글을 본 사람들의 몫이었다. 누군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참여에 대한 어떤 보상도 불이익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스스로 인터넷 상에서 적극적으로 '홍준표 장인'을 검색했고, 본인의 시간과 노력, 데이터를 소모하며 기사에 대하여 댓글을 다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선 후에도 이런 자유의지의 연장선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통령에 대하여 적대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하다 판단하는 기사와 언론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촛불혁명'과 '문재인 당선'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성공체험을 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행위가 올바른 민주주의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며, 현재까지는 가장 올바른 민주주의의 실천이자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선도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진보언론의 태도는 아직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그들은 이러한 정치현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이 알고 있었던 지식의 틀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이해하고자 한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고, 이후 불합리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환경에서 대중의 권리와 야권의 목소리를 지켰다고 자부하는 일부 진보언론인들은 대중들을 계몽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더불어 자신들이 '대중을 훌륭하게 이끌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에 대해 '우매한 대중의 무분별하고 광기적인 팬심'이라고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더 이상 대중은 우매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