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형태별 시간당 임금 비율 및 고용 비중
보니따
영화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희, 혜미, 미진, 순례처럼 홈에버 계산대에서 일했던 평범한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계약 해지를 당했고, 그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당해야만 했을까요?
이 배경에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있습니다. 2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2007년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이랜드 그룹은 시행 한 달 전인 6월에 비정규직 계산원을 포함한 계열사 노동자 600여 명을 부당하게 해고했습니다.
홈에버 계산대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이랜드 그룹과 맞서 싸웠습니다. '아줌마들이, 여자들이, 비정규직들이, 직원들이, 해봤자 얼마나 버티겠어?'라는 편견을 깨고 이들은 힘을 합쳐 510여 일간의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그 결과, 파업 도중 해고된 28명 중 12명의 노동조합 간부가 퇴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남은 16명은 복직됐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남은 조합원 186명은 복직했습니다. 노동조합 간부들의 희생으로 거둔 절반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비정규직 문제는 뉴스 일면을 장식하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제는 그 수도 너무나 많아져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영화처럼 회사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비정규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문제,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게 맞는 걸까요?
비정규직, 희망을 빼앗다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7년입니다. 당시 경제 위기를 겪으며 정부는 고용 유연화, 비용 감소를 목적으로 해고가 비교적 쉽고, 임금이 낮은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하루하루 수당을 받는 일용직, 고용기간을 정해 놓고 계약을 하는 계약직, 사업장과 하청업체 사이에 이루어지는 파견이나 용역근로 등이 생겨나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더 힘겨워졌습니다.
첫 번째 문제가 바로 저임금입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OECD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입니다. 1위인 미국과는 단 0.3% 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임금 수준을 살펴보겠습니다. 고용노동부 자료는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4, 중소기업 정규직은 52, 비정규직은 35라고 말합니다. 임금 이외의 혜택에서도 훨씬 큰 차이를 보입니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은 80%가 웃도는 반면 비정규직은 40% 내외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 가구의 상대 빈곤률은 정규직 근로자 가구 빈곤률의 3배가 넘는 16%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미래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정규직은 퇴직 전까지는 월급이 꾸준히 오르는 반면,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소득 격차는 더욱더 커져갈 뿐만 아니라, 자녀의 교육비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구의 교육비 지출을 보면, 비정규직 가구의 교육비는 정규직 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이는 곧 정규직 부모를 둔 자녀와 그렇지 못한 자녀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으며, 청년층의 빈곤이 중장년층으로, 중장년층의 빈곤이 노년층으로 옮겨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정규직의 또 다른 문제는 불안한 고용입니다. 언론에서는 한국이 노동 시장이 경직되어 있으며, 노동조합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하기를 꺼린다고 말하곤 합니다. 정말 우리나라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을까요?
노동 유연성이 높다는 말은 구인과 구직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인적 자본이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