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날인 12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중학교에 마련된 여의도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유성호
결선투표제가 사회적 의제가 되어 수면 위로 올라온 지금 그 실시 시기 여하와는 무관하게 결선투표제는 필연적으로 현행 선거법의 개정을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결선투표제는 각 후보 진영 간의 정치적 연합을 합법적으로 구조화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다양한 형태의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후보 단일화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아래 공선법)의 후보매수 관련 조항들은 근본적인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공선법 제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출마 포기나 후보 사퇴를 하게 할 목적으로 금전이나 직의 제공을 받거나 그런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명시하고 있으며, 소위 사후매수죄라는 범죄행위를 적시하여 동일하게 처벌하게 하고 있다. 선거법의 경우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면 당선무효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조항은 당선무효 조치까지도 동시에 강제하는 것이다.
결선투표제 아래에선 1차 투표 때 출마했던 다수 후보 중 1, 2위를 제외한 후보들은 어떤 식으로든 결선 후보들과 연합할 수밖에 없고, 그때 당연히 정치연합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공동정부 구성에 관해 협의하게 된다. 국무총리나 장관직을 약속하고 약속받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혹은 의원 선거와는 달리 선거구가 전국 범위인 대통령 선거의 경우 1차 투표에서 치르게 될 선거비용의 규모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직의 제공'뿐 아니라 당선인은 자신을 지지해 준 후보들의 '선거비용 보전'까지 해 주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 순간 공선법 232조는 현실 정치와 양립할 수 없는 휴짓조각이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현행 공선법 후보매수죄가 존재하는 한 결선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후보매수자가 되고, 당선무효가 되며, 그와 정치적 연대를 한 이들 역시 처벌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은 문재인-안철수 간 후보단일화를 후보매수죄에 해당한다고 공격하였다. 작년 말 잠재적 대선후보들이 참여한 토론회에서도 안철수는 문재인의 섀도 캐비닛이 장점에도 불구하고 매수죄에 해당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행 공선법은 정치적 연합에 족쇄를 씌우는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법조항을 내포하고 있다.
2012년 곽노현에게 적용되었던 공선법 232조 1항 2호의 위헌 여부를 다퉜던 헌재에서 3명의 재판관이 소수의견으로 위헌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이들은 사후 매수죄를 규정한 조항이 해석의 다툼이 있는 불명확한 표현이며, 민주주의 정치과정에서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정치행태인 정책연대 내지 정치적 결합에 입각하여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자유를 사실상 제한한다는 등의 논거로 위헌의견을 제시하였다.
현재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실시 시기와 절차에 대한 이견이 있을 뿐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정책연대와 정치적 연합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결선투표제는 사후매수죄는 물론 사전후보매수죄조차 전면 재검토를 요청한다.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 오바마는 본선에서 적극 협조하기로 한 힐러리에게 국무장관직을 주었을 뿐 아니라 힐러리의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었다. 2012년 미국 공화당 경선 후보였다가 사퇴한 뉴트 깅그리치와 공화당 대선후보로 당선된 롬니 사이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사후매수죄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며 일본이 사실상 사문화된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당연히 사후매수죄는 물론 후보매수죄 자체가 없는 나라도 적지 않다.
'현재진행형' 촛불혁명, 후보매수죄 폐지로 이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