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의원이 9월27일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KEC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 문건 일부(출처 손잡고)
손잡고
배태선 동지에 따르면, KEC 노조 파괴 배경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2010년 공장 폐쇄 전후로 수차례 '대구경북 지역의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바로 사측이 '구미공단 구조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구조고도화는 쉽게 말해 구미공단 일부를 위락 단지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당시 그 지역에 공장을 가지고 있던 KEC가 공장 부지에 호텔 등을 세우기로 계획했다.
당시 노조는 사측이 공장부지 가격을 획기적으로 올려 몫돈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KEC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직결된 사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상 사측이 구조고도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장을 없애야 하고, 공장을 없애려면 반대하는 노조를 무력화해야 하고, 곧 노조파괴 수단을 강구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미 당시 발레오만도, 유성기업 등 창조컨설팅을 통한 노조파괴로 다른 노동조합들도 비슷한 노조파괴 과정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2011년 우려는 현실이 됐다. KEC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별 노조 설립을 계획했다는 문건까지 나왔다. 2011년 9월 27일 열린 대구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이미경 당시 민주당 의원이 해당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며 노조파괴 의혹의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는데, 작성자가 KEC 기획조정실로, 작성일이 2011년 2월 24일인 이 문건의 제목은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이다.
문건 내용은 충격적이다. "파업자의 회사 복귀는 원칙적으로 차단, 전원퇴직 원칙, 자발적 퇴직자 기준 미달일 경우 인력 구조조정 단행, 친 기업 성향의 노동조합 설립 회사 경쟁력 강화 협조체제 구축" 심지어 추진 전략으로 "자발적 퇴직 최대한 역점, 파업자 심리적, 경제적 압박 강화, 복수노조 대비 민주노총 탈퇴 및 기업별 독립노조 설립 추진"을 적시하고 있다.
이 문건에 따른 노조파괴는 이미 실행되고 있었다. 2010년 6월 새벽, 사측은 예고 없이 여성노동자 기숙사에 용역깡패를 들여보냈다. 내몰린 여성노동자들은 곧바로 노동조합에 연락을 취했다. 노조는 당연히 반발했다. 노조의 반발을 핑계삼아 사측은 공격적인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공격적인 직장 폐쇄는 명백한 불법이며 대응을 위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분명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지만, 사측은 이후 벌어진 노조의 점거행위를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도 높은 압박에 2010년 10월 협상을 미끼로 노조위원장을 체포하려 한 경찰의 폭거에 한 노동자가 분신 항의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회사는 멈추지 않고, 301억 원이라는 손배소를 청구한다. 나아가 손배소를 빌미로 심리적, 경제적 압박에 들어간 사측은 조합원을 상대로 '퇴사'를 노골적으로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