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집 방문하러 가는 길목의 하늘복잡한 줄에 얽혀 있는 모습이 빈곤의 문제와 겹쳐진다
박다나
빈곤으로 틀어진 '체험의 불균형'학생들에겐 매해 체험학습과 졸업여행을 떠나는 시즌이 있다. 나의 어린 시절엔 그런 것들을 합쳐 '소풍'이라는 들뜬 표현을 사용하고는 했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은 '체험' 이라고 표현한다. 그 체험을 가질 때마다 꼭 한두 명은 그 상황을 포기해야만 한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가정 형편의 어려움으로 말이다.
어린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른이 뭔가 하고 싶던 것들을 포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의 커다란 상실감을 남긴다. 그것은 한참 또래친구들과의 동질감을 형성해 나가는 시점에 깨닫게 되는 환경적인 '다름'과 '차이'다. 혹은 그저 뛰놀기만 하던 운동장 밖으로 벗어날 때 직면하게 되는 이야기로, 보호자들이 연신 내뱉어 대던 '아이고 내팔자야'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다시 이걸 물려받아 내뱉게 되는 '내 팔자가 뭐 이렇죠"라는 현상이다.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상처다.
기초생활수급 및 법정 한부모가정 등의 정부수급을 받는 자녀들이 졸업여행으로 체험을 떠날 때 평균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저학년 기준으로 보통 14만5000원 정도를 지원받는다. 요즘은 해외로도 많이들 나간다고 하지만 어려운 지역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현장에서는 최대한 아껴서 인근으로 체험을 나갈 때, 부득이하게 보통 1만 원에서 3만 원 정도의 추가비용도 발생하곤 한다. 할머님에게 추가로 내셔야 할 돈을 안내한 것도 문화체험 갔을 땐 1만3000원, 졸업여행비용은 2만1400원이었다.
문화체험 때도 할머님은 영진이를 보내주지 못 하셨다. 그때 지원을 해주고자 다가갔지만 아이는 자신의 할머니가 만 원이라는 돈을 내줄 상황도 안 된다는 현실에 자존심이 상해 "저는 원래 학교 밖으로 나가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안 갈 거예요"라는 말을 남기고 지원받는 걸 거부했다. 친구들이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체험을 할 동안, 혼자 하루종일 빈 교실에 앉아 자습을 했다.
몇 개월 전, 문화체험과는 달리 이번엔 졸업여행이라 다신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이니 2만 원 정도만 내달라고 할머님을 설득했지만 교통비도 없어 걸어 다닌다는 할머님께 더 이상 요구를 할 수는 없었다.
한참 나이 차이 나는 조선족 여성과 살림을 차린다고 뛰쳐나간 알코올 중독 아들과 기분장애로 정신병원을 왔다갔다하다 집을 나가 고향 오빠와 살림을 차린 며느리를 대신해, 홀로 아동 양육을 맡으며 아둥버둥사시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께 뭔가 더 요구를 하는 것도 어렵다는 걸 사실 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엔 학생을 잘 설득해 지원받을 수 있게 하려고 했다.
상담을 하던 도중 영진이는 그동안 참았던것들을 터트리 듯 오열하고 통곡하면서 말했다.
"저는요…. 샘(선생님)이 보내준다 해도 김밥 싸줄 엄마도 없어요. 놀러가서 쓸 돈도 없고요…. 전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예요."별이 빛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