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커워티재단의 가치인 ‘나눔의 행복’. 배너의 사진은 지진 이후 수커워티재단의 긴급구호활동 모습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값비싼 중국산 모포가 아니라 네팔 생산 공장을 찾아내 절반 이하의 가격에 구입해 나누어주었고, 해외지원금 전액을 재난피해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부분의 진행경비는 자체 조달하였다.
박영대
2009년 10월 23일. 17년 동안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았던 미놋 목탄(Minod Moktan)이 강제 추방된 날이다.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내린 그는 한동안 공항을 떠나지 못했다. 17년 만에 두 눈으로 다시 확인한 가난한 조국의 어둡고 슬픈 현실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났다. 귀환과 노동이주를 반복하는 다른 이주노동자와 달리, 미놋 목탄은 아직 네팔에 있다. 지금 그는 '네팔 스스로 네팔을 돕자'는 취지로 설립한 수커워티재단의 대표이다.
해외원조로는 네팔을 구할 수 없다세계 최빈국 네팔에는 수많은 국제NGO와 네팔NGO가 있다. 거의 다 해외지원금으로 일하고, NGO 직장은 윤택한 삶을 보장한다. 하지만 수커워티재단은 해외원조를 통한 개발을 통해 네팔을 가난에서 구할 수도, 행복해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네팔사람들이 힘을 모아 스스로 네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이미 네팔은 행복하다는 게 수커워티재단의 믿음이다.
수커워티의 뜻은 '축복받은 땅'(극락정토)이다. 세계 최빈국 네팔을 축복받은 땅으로 만드는 게 수커워티재단의 꿈이다. 방법은 나눔이다. 2015년 2월에 문을 연 카트만두 시내의 수커워티가게 1호점 앞에는 "나눔의 행복"(Sharing Happiness)이라 적힌 배너가 세워져 있다. 이 가게에서는 네팔 사람들이 기증한 옷이나 생필품을 판다. 가장 싼 게 10루피(한화 168원)인데, 이는 야채 한 단보다 싼 값이다.
언론에서 앞다퉈 보도할 정도로 지금껏 네팔에선 전혀 없었던 시도이다. 그만큼 오해도 많았다. 원조물품을 팔아서 사익을 챙기려고 한다, 죽은 사람의 유품을 내다판다는 등. 하지만 언론 보도 후 그 같은 오해는 사라졌고, 다른 몇몇 NGO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감과 자립의식을 위해 원조물품을 공짜가 아니라 싼값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