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8월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메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초청으로 열린 제3회 모의국가 오픈 특강에서 '내각의 구성과 의사소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남소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중에서 23석(더민주 3석, 새누리당 2석)을 가져갔다. 국민의당은 전체 의석수 38석 중 60%를 호남에서 확보했다. 그런데 왜 유시민이 국민의당 호남 장악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일까?
그것은 국민의당 호남 장악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책, 김욱의 <아주 낯선 상식>과 강준만의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아스런 대목이 친노를 공격하고, 호남의 세속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책에서 왜 가장 많이 비판하는 인물이 진중권과 유시민인가 하는 점이었다.
추측건대 정작 그들이 비판하는 친노 의원들 중에서도 첨예한 당내 계파 대립과 적대적인 언론 환경을 무릅쓰고 '센' 발언을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김욱과 강준만이 찾은 '센' 발언을 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진중권과 유시민이었다. 그들은 더민주 소속이 아니었으니 더민주 소속 '호남 출신 비노 의원'들의 문제점을 마음껏 비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역효과를 냈다는 점이다.
한 예로 2015년 12월 22일 방송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들어보자. 이날 방송의 제목은 '안신당 : 평민당 프로젝트'였는데, 유시민은 안철수 신당의 목표가 1988년에 김대중이 평화민주당을 창당하여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을 만들었던 것을 상기하며 지금 안철수 신당의 목표가 바로 '평민당 프로젝트'라면서 "안철수는 김대중과 같고, 문재인은 김영삼과 같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그러자 진중권이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 안철수 신당에는 김대중이 없잖아요?" 그러자 유시민은 이렇게 답했다. "대신 안철수가 있잖아요!" 그러자 진중권은 놀라서 말했다. "어떻게 안철수가 김대중과 같아요?"
진중권은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진행하면서 유시민의 정치평론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그에 근거하여 SNS 활동을 했으며, 그 중에는 호남정치권에 대한 폄하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날 발언을 보면 두 사람은 김대중을 다르게 평가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유시민은 김대중을 나쁘게 평가했고 진중권은 좋게 평가했던 것이다. 진중권조차 안철수와 김대중을 동일시하는 유시민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사실 유시민의 김대중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시민은 20년 전 <97 대선, 게임의 법칙>이라는 책을 내서 김대중은 필패의 후보라면서 '호남 필패론', '김대중 필패론'을 주장했고, 대신 조순 당시 서울시장을 대선후보로 밀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 때는 동아일보에 칼럼을 기고하여 김대중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안철수의 신당 창당을 '평민당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안철수를 김대중과 같다고 동일시하는 유시민의 발언은 결코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역풍'이 되었고. 그렇게 유시민은 국민의당 총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유시민 패러독스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