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에 위치한 현관-주차를 금지한 안내문과 시설물이 보인다.
강미현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도로에 현관이 면해있어 휠체어를 타고 집에 들어갈 수가 있다. 휠체어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기에 그에게 휠체어는 장비가 아닌 신체의 일부다. 하지만 현관이 도로에 면해 있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주차금지 표시에도 집 앞에 주차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는 최근 이사를 계획 중이다. 수급비 85만 원으로는 집세 23만 원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LH의 매입다가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보증금 200만~300만 원이라는 목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매입다가구보다 보증금이 다소 저렴한 기존주택전세임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장애인에게 좋은 집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부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서 성공적으로 이사를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집을 둘러싸고 행복과 생존이 오간다. 우리 사회의 빈곤 그리고 양극화가 심각한 이유이다. 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살 만한 집에, 살면서 행복한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주거복지가 지원되어야 한다. 집에 대한 개념과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하며 공급 위주의 정책을 넘어 삶의 질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서류상 내 집이 아니라도 편히 살 수 있는 집,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한다. 경제 가치를 최고라 여기는 지금 사회에서 남들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집이란 단순히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삶의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집이 행복의 이름이 되기 위해서는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의 집이 되어야 한다. 집은 삶의 태도이며 자신의 본질이 지향하는 바대로 사는 삶이다. 그것이 보편적 주거복지라고 나는 믿는다.
그럼에도 취약계층의 주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그 관심이란 것이 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잘 사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작은 행동을 함께 하자는 것이다.
집. 모든 사람에게 생존이 아닌 희망이란 이름으로만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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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짓고 건축가를 만나라(효형출판)저자, 건축스튜디오 사람 공동대표, 건축사사무소 예감 cck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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