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용혜인 후보는 비정규-불안정 노동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청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안명진
토크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는 사회자가 미리 준비한 청년들의 사연을 듣고 두 후보가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는데, 역시나 첫 사연은 '알바'와 관련된 것이었다. 두 후보 모두 아르바이트 노동에 관련된 많은 활동을 많이 해왔던 후보인 만큼, 심도 깊은 대담이 진행될 수 있었다.
조성주 후보는 "내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알바'를 어떻게 '노동'이라고 부를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알바생'이라는 호칭 자체에도 알바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동'으로 인정받는 노동이 따로 존재하는 사회. 조성주 후보는 우리 사회가 "무게가 없는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노동운동이 집중해왔던 노동은 대공장으로 상징되는 중공업 등 무게가 있는 노동"이라며, "이제는 서비스 노동같은 '무게가 없는 노동'이 노동권을 쟁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용혜인 후보는 안철수 의원이 최근 홍대에서 일일 알바 체험을 한 것에 대해 비판하며 말을 시작했다. 용 후보는, "알바체험은 국회의원이, 정치가가 할 일이 아니"라며, "그 장면은 나로 하여금 정치인과 정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 문제는 청년이 20대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가 아니"며,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사회에 축적되어 온 불평등의 문제가 이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청년을 통해 표출되는, 이를테면 '불평등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청년 문제를 '20대의 문제'로서 사고하려는 경향을 비판했다. 평소 내가 사회의 '청년 담론'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불만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통쾌한 지적이었다.
아르바이트 노동, '무게가 없는 노동', '해고가 일상화된 세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두 후보 모두 비슷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축적해 온 불평등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런데 두 후보가 갈리는 지점은 그 '대안'이었다.
조성주 후보는 실업 급여, 고용보험 등 구체적인 수준에서의 정책을 강조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핵심이었다. 그는 "하루하루를 간신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까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은 승리의 축적"이라고 말했다. 조성주 후보 특유의 '현실주의적'인 태도는 아마도 구체적인 정책의 설계와 구상을 담당해온 그 스스로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한편 용혜인 후보는 비정규-불안정 노동 체제 자체를 전환하는 것만이 진정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조성주 후보보다 다소 급진적이었다. 용 후보는, "현재의 불안정노동 체제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기존의 체제를 조금 덜 힘들게 땜질하는 방식이 아니라, 체제 자체의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며 "청년 실업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문제인데, 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조금 도움을 준다고 해서 청년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나아질 것인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둘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지점이었다.
이어서 용혜인 후보는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 저성장의 시대에 가능한 유일한 노동 대안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공유뿐"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이 소득 감소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최저임금 1만 원, 기본소득을 통해 나눔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통계 자료들을 열거했다.
흔히들 '청년 정치인'을 이야기할 때, 대개는 '패기는 넘치지만 정교함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하곤 한다. 그런데 이들에게선 그런 허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의 핵심 문제와 그 정책적 대안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는 발언들. 우리 사회 정치의 수준이 확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2부에서 이어진 현장 즉석 질문과 답변에서도 그들의 노련함은 빛을 발했다. 한 참석자는 "모두 실현되면 좋은 공약들 같은데, 과연 실현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떻게 실현할 생각인지"를 물었다. 소수정당인 정의당과 노동당의 후보에게는 어쩌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었다.
먼저 조성주 후보는 "시장주의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설득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실업 급여의 확대는 공정한 시장경쟁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인데, 무턱대고 싸울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정치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정책의 현실적 실현을 많이 고민한 후보의 특징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조성주 후보는 '섬세함'을 그 특징으로 한다면, 용혜인 후보는 최연소 후보답게 힘이 넘치는 '패기'가 특징적이었다. 용 후보는 "국회의원 한 명 당선된다고 해서 세상이 바로 바뀌진 않는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사회적 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