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도사진> 앞 표지
눈빛
도서관 키오스크 앞에 섰다. 빌릴 책을 올리고 터치스크린을 눌러 대출절차를 마쳤다. 돌아가려는데 바로 옆 책수레가 눈에 띄었다. 이용자가 반납한 책들이 올려져 있었다. 맨 위 책은 <한국의 보도사진 : 제3공화국과 유신의 추억 1967~1979>.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엮은 사진집이었다.
훑어보니 주로 신문에 실은 사진을 모아 놓았다. 눈빛사진가 선으로 유명한 사진전문 출판사 '눈빛'에서 펴낸 것이었다. 우연한 만남이 대출 욕구를 자극했다. 이 책도 집어 들어 키오스크에 올려 다시 도서관카드를 댔다. 도서관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아무리 긁어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다. 제때 반납만 하면 된다.
눈길을 잡아끄는 사진 위주로 빠르게 읽었다. 아니, 사진집이니 보았다고 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사진설명도 읽고 거르고를 반복했다. 책은 따라붙은 부제 대로 "1967년부터 1979년까지의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포괄하는" 사진을 수록했다.
카메라로 기록한 역사책이었다. "발생한 사회 전반의 현상을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고 있으며, 격랑의 과정을 여과 없이 리얼하게 증언하는" 사진을 실었다고 하나 반만 믿기로 했다. 그 엄혹했던 시절 실려야 할 사진이 실리지 않은 일도 부지기수였을 테다. 그리고 사진도 거짓말을 한다. 그대로 찍어도 그대로 찍힌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