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설계 수명
김민지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는 <미국 사례를 통해 본 한국 핵발전소 폐로 정책의 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원전의 해체비용 산정 등 폐로 준비가 매우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우선 해체방식에 대한 합의가 없다고 지적한다. 15~20년이 걸리는 즉시해체 방식이냐, 60~100년이 걸리는 지연해체 방식이냐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데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해체 비용이 주먹구구식으로 산정됐다고 보고서는 비판한다. 현행 핵발전소 해체비용은 같은 설비용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기당 6437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고리 1호기는 설비용량이 587메가와트(MW), 월성 1호기는 679MW, 고리3, 4호기 등은 950MW이며 현재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들은 1400MW인데 모두 일률적으로 비용이 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폐로를 위한 비용 정산과 적립 주체, 즉시 혹은 지연 등 해체 방법, 폐기물 처리와 피폭 노동자의 문제, 폐로 이후 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2017년 가동 중지가 결정됐으므로 내년까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확정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체 방식, 비용 산정, 핵폐기물처리 등 모두 '안갯속'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최선수 센터장은 폐로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꼽았다.
"사용후핵연료가 제일 문제입니다. 콘크리트는 만년 가는데 사용후핵연료는 30만 년이 가는 연료입니다. (고리 1호기를 폐로하면서) 최종처분장이 고리 지역으로 올까봐 주민들이 걱정하는 부분도 있습니다."지난해 10월 정부서울종합청사에서 열린 제5차 원자력진흥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로는 원전을 운영하는 전 세계 31개국의 공통 현안이지만 미국, 일본, 프랑스 등 22개 국가가 중간저장시설을 운영 중일뿐 영구처분시설을 만든 국가는 아직 없다. 핀란드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영구처분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20개월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시설 등에 대한 계획을 내기로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발표를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