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Dover도버가는 길은 시골 고속도로이다. 특히 봄날의 맑은 햇빛을 받으며 달리는 날의 상쾌함과 기대감은 흥분 그 자체이다. 바다를 본다는 것은 항상 우리들에게 자연으로 다가가게 만든다.
김진환
도버를 진입하는 길가는 유채의 천국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원색의 노오란 유채꽃이 온 들판을 점령하고 이 노란 색깔은 푸르른 하늘색과 함께 이중적 칼라의 협연을 하듯 정겹게 공존하고 있다. 때로는 휘몰아치는 구름이 나름의 추상적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듯 이해할 수 없는 형상을 만들어 놓는다. 우리들이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 그것은 하늘에서 형상화하고 다시 인간의 시야에 하나의 의미를 던지듯 잡힌다. 그리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은 노란 유채길에 길목을 내어주는 가이드를 자청하는 듯하다.
도버를 접어들면 멀리서 도버성이 보인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차지하고 최근에는 2차 대전의 참호로 사용된 곳이기도 하다. 영국의 성들은 독일의 웅장하고 위엄 있는 어느 산속의 성같이 외롭지 않다. 생활 속의 성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저 영국인의 소박한 삶처럼 간결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단조롭다.
도버성의 길목에는 아이비(ivy) 덩굴이 덮쳐 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그리고 맑은 햇살이 오후의 도버 성벽을 밝히고 있다. 청결한 의미지의 어느 낯선 해변의 성곽이 문득 질감어린 오후의 한적함과 더불어 투명하고 화사하게 빛난다. 영국건축의 무미건조한 외곽을 그대로 안고 있는 2층의 관리사무실, 2차선의 좁은 안내도로 그리고 야산에 둘러친 색 바랜 고목들 그리고 엷은 초록의 잔디가 입구를 마주하고 있다.
이곳 도버성에서 내려다보는 항만이 연푸른 색깔의 맑은 청색이다. 분명하게 생각이 잡힐 듯이 그렇게 벤치에 늘어지게 앉아있으면, 시간과 공간과 생각이 일치한다. 우리들은 인간적인 삶 자체에 애정을 갖고 살아가면서 일상의 평범을 찾아나서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곳이 어디이든 우리들이 존재하는 한 그곳은 항상 우리의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