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톤 황금미륵과 '나갈 사람' 데리고 나간 세작

[천자칼럼]

등록 2016.02.02 15:27수정 2016.02.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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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의 출현에 많은 이들이 분노와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거대 여당에 대항하는 세력이 군소 야당으로 분열하여 선거에 질 것이라는 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는 야당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통합 내지 연대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온라인에서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에 저주를 퍼붓는 '우익효수(?)'들은 대부분 이 가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단지 의회 권력의 교체뿐만 아니라 대권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을 주저앉혀야 할 테니, 따지고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한편,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출현을 한국 정치의 전반적인 보수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하자는 관점도 존재한다.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보수표의 증가가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야당이 이길 가능성이 줄어들므로 정치 구도상 여권의 분열을 통해 다당 공존의 상황을 만들어 정권 교체를 꿈꾸게 된다.

그 가능성은 2012년에, 그리고 지난 1월초에 잠시나마 확인되었다. 안철수 세력의 등장으로 새누리당의 표가 더 많이 잠식되었던 것이다. 즉, 안철수 세력이 뿌리를 내릴수록 여권의 균열과 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가정을 따른다면, 더민주와 그 지지자들이 국민의당을 비판하기보다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마땅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친일파도 때려잡고, 집값도 내려가고, 직장도 생길 것 같은 그런 느낌을 가진 사람들에게 '문재인'은 미륵인 것이다. 금괴 200톤을 가졌다고 믿는 생각과 하등 달라 보이지 않는 '문재인 미륵론'을 펴는 사람들의 눈에는 혼자 들어와 "나가야 할 사람들" 16명을 데리고 나간 "박근혜의 세작"에게 고마움보다는 증오가 생기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더민주 관계자'들의 입에서 연대니 통합이니 하는 말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진심인지, 레토릭인지 분간이 안 된다.

맹목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새누리당 프레임"을 가진 사람이 나가서 새로 당을 만드니 당연히 "위대한 국민"은 그 당을 찍지 않을 것이며, 새누리당을 찍는 '위대하지 않은 국민' 중 일부는 국민의당을 찍을 것이다. 따라서 더민주는 단합이 더 잘 될 것이고, 여권은 분열하게 되어 있다. 더민주와 매노(그들은 더 이상 '친노'가 아니다!) 과격 지지자들의 논리로만 보더라도 안 의원이야말로 열사 중의 열사인 셈이다.

증오의 댓글과 교묘한 정파적 기사는 우리로 하여금 어쩌면 유일한 정권 교체 수단인 '여권 분열'의 씨앗을 스스로 날려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명심하자. 통합만이 살 길은 아니다. 통합을 할수록 지도부만 많아져 배가 산으로 가며, 계파정치만 더 심해진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V3 덕분에 한번쯤은 신세를 졌을 안철수 의원에게 "매국노", "버러지" 등의 언사가 난무하는 것을 보며 우리 한국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찬 증오심이 안타까워서 쓴 글입니다. 어느 당을, 또는 어느 한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글이 아닙니다.
#정권 교체 #국민의당 #안철수 #증오의 댓글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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