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식당 영수증부가가치세 및 봉사료로 원금의 31.4%가 나왔다.
최호임
슈퍼마켓에서 아이가 과자를 산 적이 있었다. 나중에 가격을 확인해 보니 비슷한 인도과자의 3배였다. 수입품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만들지 않고 외국에서 들여온 물건은 대부분 비싸다. 참고로 한국 소주는 7천 원 정도 한다. 수입 와인도 정상가의 2, 3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인도산인 데 비싼 것 중 하나가 와인이다. 나는 주로 술라(Sula)를 마시는데 가격대비 맛을 비교하면 한국에서 먹던 것 보다 떨어진다. 와인산업이 아직 활성화 되지 않았고 종교적인 이유로 음주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는 데다가 세금까지 많이 붙기 때문이다.
인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동차를 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곧 포기했다. 가격이 한국보다 비쌌고 온갖 탈 것들이 무질서하게 오고 가는 차도를 보니 운전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 사람과 접촉 사고라도 나면 외국인이 당할 수밖에 없다. 기름값은 한국에 비해 조금 저렴하지만 생활 수준을 비교해 본다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구르가온(Gurgaon)에서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월세는 120만 원 정도다. 생활 편리성, 교통, 주변 환경을 따져 봤을 때 싸지 않다. 인도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월급에서 더 큰 비중의 돈을 내야 한국과 비슷한 집을 구할 수 있다. 거리에 거지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전기료도 비싸다. 3인 가족인데 한 달 전기료로 7만 원 정도 낸다. 인도는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자주 정전된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많으니 전기료가 비싸다. 저렴한 한국 전기료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타지마할 입장료는 외국인은 750루피 인도사람은 20루피다. 박물관, 스포츠 시설 등 어디를 가도 외국인은 훨씬 많은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다. 물건을 사거나 릭샤(Richaw)를 탈 때도 외국사람을 봉으로 보고 바가지 씌우려고 한다.
인도 친구가 알려준 팁이다. 관광지 상인이 부른 가격의 1/20을 첫 흥정 가격으로 제시하란다. 실제로 타지마할에 갔을 때 가이드가 1000루피를 요구했는데 100루피에 흥정을 마쳤다.
화장지나 문구 류도 싸지 않다. 두루마리 휴지의 경우 한국과 가격은 별 차이 없는데 품질은 떨어진다. 필기구나 포스트잇 같은 문구 류도 비슷한 상황이다. 제조업 기반이 아직 취약해서인 것 같다.
비싼 것을 나열하니 인도의 단면이 보인다. 지하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세율이 올라간다. 외국인은 인도 사람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자국민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좋은 방법이다. 제조업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아 수입해야 할 것이 많고 비효율적인 물류시스템으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부동산이나 전기 같은 사회 인프라도 열악하다.
인도는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에서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발전, 지하경제 양성화 및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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