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졸업식' 2박 3일 마지막 일정인 커뮤니티 교육을 통해 서로가 함께 연락하고 지낼 수 있는 온라인 클럽을 함께 만들어 가입하고 있다.
이희훈
지난 23일 '더불어 졸업식'의 2박 3일간 일정이 끝났다. 마지막 날 일정은 커뮤니티 교육과 감상문 쓰기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각자 어떻게 지내는지 사진도 올리고 글도 쓰며 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
신현빈(13, 위도초 식도분교장)군과 3일간 손을 잡고 놓지 않던 노정훈(13, 별방초)군을 보며 최현주(33)교사는 "정훈이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별방초등학교에서 정훈이는 교사가 3번을 되물어야 대답을 할 만큼 소극적인 아이였다.
지난 2박 3일 동안 정훈이는 식사시간 때 인솔교사의 식판을 대신 치워 주기도 하고, 지난 22일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했을 땐 가이드가 퀴즈를 내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학교에서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퀴즈의 정답을 맞힌 정훈이는 별자리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최 교사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외로웠을 정훈이가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더 신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정현(32) 교사는 박예지(13, 봉덕초)양의 '6학년다운' 모습을 발견했다. '나홀로 6학년'인 예지는 5학년과 수업을 같이 받는다. 신 교사는 "5학년 동생들하고 지내다 보니 예지도 '5학년스럽게' 행동하곤 하는데, 여기 와서 오히려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예지와는 다르게 '6학년다운' 모습을 보인 친구도 있다. 최바다(13, 흑산초 영산분교장)군은 또래들보다 어른스러운 편이다. 학교에서 1학년, 2학년 동생을 챙기며 형 노릇을 해온 게 몸에 배어 있는 탓이다. 박건태(29) 교사는 "바다가 동갑내기 친구들하고 장난치고 익살스럽게 행동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생활'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력도 키워15명의 아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과 두 밤을 함께 보내며 '더불어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지난 22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조끼리 모여 전갈로봇 만들기 체험을 할 때 장영주(13, 도학초)양은 옆에 있는 친구가 헤매고 있자 방법을 알려주며 같이 로봇을 만들었다. 학교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선생님을 찾던 '나홀로 학년'들은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풀며 스스로 방법을 체득했다.
'나홀로 학년' 친구들은 4개월 정도가 지나면 중학교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 친구들도 사귀어야 한다. 진도현(13, 여안초)군의 어머니 원순복(45)씨는 "작은 학교에 있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서 적응하는 데에 보통 1년이 걸린다고 들었다. 도현이가 그 안에서 이질감을 느낄까 염려 된다"면서도 "이번 여행이 조금이나마 적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하영(13, 김제남양초)양의 어머니 정순희(41)씨는 "이번 여행 덕에 하영이가 또래 친구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 첫날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던 하영이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숙소에선 또래 여자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다크호스인 하영이가 팀을 이끌기도 했다.
"시간을 그저께로 되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