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광진자양점 정민수 활동천사
정한별
"어서 오세요, 아름다운가게입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젊은 청년이 계산대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여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17일, 정민수(건국대 기계공학부, 24세)씨를 아름다운가게 광진 자양점에서 만났다.
정민수씨는 매주 목요일 학교 수업을 가기 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를 한다. 정민수씨가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게 된 건 학교 팀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동생에게서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나서부터이다. 전역하고 얼마 되지 않아 봉사활동을 많이 하던 중 새로운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신입 자원활동가 교육을 받고 지금까지 약 1년 반 정도를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활동천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꺼내놓았다. 과거 강남구청역점에서 같이 활동했던 활동천사 누나가 들려준 이야기인데 아직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실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보면서 '과연 저게 팔릴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이게 정말 팔릴까' 싶은 물건을 30분 동안 고민하신 끝에 1500원을 내시고 사 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구나'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는 작은 것도 함부로 생각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하찮게 보이는 물건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값진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죠."정민수씨는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활동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2월 말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 '삼성전자 나눔 봉사단 3기'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 학기까지는 학교 내에서 '십시일밥' 봉사활동을 했다.
'십시일밥'은 '여러 사람이 작은 힘을 보탠다'는 뜻의 십시일반(十匙一飯)에서 따온 이름이다. 십시일밥 봉사는 매주 공강 시간 1시간을 투자해 학교 내에서 봉사해서 얻은 식권을 형편이 어려운 학우들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맨 처음 한양대학교에서 시작된 십시일밥 프로젝트는 현재는 건국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7개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군고구마 장사, 국토종주에도 도전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아무래도 자기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꾸준히 봉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궁금해졌다.
"그동안 너무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 점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하는 활동들을 보면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남들이 TV를 보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시간에 저는 봉사를 하는 거니까요."봉사를 시작하고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는지를 묻는 말에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고는 "봉사는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활동이지 보람을 느끼려고 하는 활동이 아니다 보니까 딱히 보람을 느꼈던 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는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이력이 있다. 바로 군고구마 장수이다. 1년 전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친구 2명과 군고구마 장사를 했다고 했다. 그때까지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썼는데 대학생이나 되어서 내 손으로 돈 한 번 못 벌어봤다는 생각에 어떻게 돈을 벌어볼까 고민하다가 장사를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젊은 패기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