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우스 제네바 지부 콤파니(동반자) 남자 숙소.
조세종
사회적기업 정책연수단은 이제 두 번째 탐방국가인 스위스로 이동한다. 파리에 있는 리옹역에서 3시간 동안 테제베를 타고 제네바로 국경을 넘었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았고 화폐도 유로가 아닌 스위스 프랑을 독자적으로 쓰고 있다.
스위스는 불어권, 독어권, 이탈리아어 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언어권에 따라 지역적인 특색이 다르고 이에 따른 사회적 경제의 성격도 다르다. 인구의 65%를 차지한 독어권은 자율적 행위가 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 대다수이며, 인구 22%인 불어권은 프랑스의 영향으로 사회연대경제와 사회서비스 조직이 우세하다. 그리고 이탈리아권은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영향으로 노동통합형이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스위스 정부 차원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는 없으며, 인증제도나 공식적 지원제도도 찾아볼 수 없다. 스위스는 노동통합 사회적기업이 1000개, 비영리 사단(association)이 7000개, 재단이 2만 개, 그리고 협동조합이 1만 개이며 협동조합에서만 13만3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제네바로 넘어가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아베 피에르 재단'의 제네바 지부인 '엠마우스 센터'다. 엠마우스 센터는 처음에 운동의 차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에 빈곤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필요한 식량과 물품들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하였으나 센터의 건립은 1954년 한 노숙자가 길에서 동사하는 사고 이후 본격적인 성금운동 끝에 설립되었다.
이곳 엠마우스 제네바센터의 관장인 '마리 에스피노자'는 아베 피에르 신부님과 함께 엠마우스 활동을 이끈 1세대로, 우리에게 아베 피에르 신부님과의 활동을 이야기할 때면 감회에 젖어 눈시울을 붉혔다.
엠마우스의 사명은 '어려운 이가 요청하기 전에 도움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려운 이가 무엇으로 곤란을 겪는지 눈여겨 살펴보아야 하며, 궁극적으로 가난을 구제하는 일은 돈을 통해서는 쉽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일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옷장 속에 있는 필요하지 않은 옷은 타인의 옷이다'라는 피에르 신부님의 캠페인은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촉구하였다.
마리 에스피노자 관장은 엠마우스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은 가난을 잠시 피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 일을 해서 새로운 힘을 얻어가려는 사람이라고 강조하였고, 이들을 '콤파니(compagnie, 동반자)'라고 부른다. 넝마를 줍던 과거와는 달리 옷, 가구, 가전제품을 수리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베 피에르 신부님의 가난 구제의 정신을 각 시대에 맞게, 그리고 각 지역 센터에 맞게 자율적으로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99년 동안 무상으로 빌린 건물에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