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김씨부인 역의 김한나열연을 펼치는 김씨 부인 역의 김한나 드림뮤드 대표
제작사
오직 수제(手製)만이 제공 가능한 장인정신을 넘어서는 진정성 모방과 복제의 환류(還流)로 교묘하게 사람을 현혹하는 꼼수가 발달한 디지털 시대에 핸드메이드라는, 오직 수제(手製)만이 제공 가능한 장인정신을 넘어서는 진정성 때문에 관객들은 안정적이고 조화가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어우러진 연출에 깊은 공감의 박수를 보낸다.
이 뮤지컬, 볼수록 짠하다. 주류를 자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두리도 아닌 드림뮤드만의 이 '선전포고'는 그야말로 멋진 일갈(一喝)의 향연이다. 가슴이 시원하고 후련하면서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진한 감동이 확실한 메시지를 묵직하게 선사한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줄거리를 음미하지 않을 수 없다.
서기 418년, 내물왕의 동생으로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갔다 조카의 왕위 계승권을 찬탈한 뒤 왕위에 오른 실성왕. 그에 의해 시시각각 목숨을 위협받던 미래의 눌지왕은 두 파로 나뉜 신하들의 반목과 왕위 계승 과정에서의 혼란으로 안팎이 어지럽던 당대 신라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 친정 쿠데타를 감행한다. 그리고 내정간섭에 저항하지 못하던 실성왕을 제거한 뒤 내치를 기하지만 여전히 고구려와 왜에 볼모로 잡혀간 자신의 두 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괴로워한다.
그때 삽량주 태수 박제상이 당시 강대국이었던 고구려와 왜에 볼모로 잡혀간 눌지왕의 두 왕제, 보해와 미해를 탈출시킬 것을 눌지왕에게 간한 후 먼저 보해를 고구려에서 무사히 구해온다. 그리고 미처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가족들한테 알리지도 않고 기세를 몰아 왜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왜국은 그의 접근을 탐탁지 않게 여긴 나머지 의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데 그런 감시의 눈을 피해 박제상은 끝내 기지를 발휘, 미해 왕자를 탈출 시킨 후 왜국왕의 회유책을 거부하고 끝내 유명을 달리한다.
<바람처럼 불꽃처럼>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역사가 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진실'을 상상력을 동원해 '팩트'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인물을 재해석해 현재 지금으로 대입했다는 것이다. 지구 상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오명 아닌 오명의 정치적 현실에 남북의 대치 상태는 1600년 전의 삼국 시대의 또 다른 현재진행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위난의 시대에 지정학적 4강 구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당대 민중들이 염원하던 부국강병의 절실함을 그대로 승계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희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뮤지컬의 울림이 큰 것은 지조와 절개라는, 겉으로 드러난 교훈이 내포한 메시지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관객 스스로가 답을 찾는다는 데 있다. 통절한 카타르시스는 재미와 감동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덕목이다.
굳이 옥에 티를 찾자면 이 뮤지컬을 통해 처음으로 데뷔를 하는 신인배우들과 주연 배우들 간의 실력차가 배역을 상회하는 것과 극 초반 군무와 합창에서 노래가 음악에 묻혀 가사 전달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론칭 쇼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주었던 부분적인 문제점들. 예를 들면 1600년 전의 일본 전통 악기인 샤미센에 대한 소품 고증 문제와 같은 것들은 우려를 말끔히 불식하고 흠 없이 해결되어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의심이 기우였음을 증명했으나 연기자 간의 격차 해소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해결과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