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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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화제보다는 '조용하고 재미없는' 길을 택했다. 십년지기가 그러하듯 차승원은 유해진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그에게 따뜻한 저녁밥을 만들어줬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예능에 출연한 경험이 얼마 없어 '방송 분량'을 만드는 방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방송쟁이'인 나영석 PD가 프로그램을 더 자극적이게 만드는 방법을 모를 리는 없다. 조금 화를 내라고 부추기는 것은 제작자로서 무리 없는 주문이지만, 그는 출연진들에게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방송을 자연스럽게 놔두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방송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의 캐릭터는 각각 '엄마'와 '아빠'다. 제작진은 차승원의 이름이 나오는 자막에 조리복을 입히고, 차승원이 손호준에게 유해진을 불러오라고 시킬 때 '아빠 좀 불러와'라는 자막을 입힌다.
이쯤 되면 방송 내 인터뷰 중에 나영석 PD가 손호준에게 '선배님들이 각각 아빠와 엄마 같지 않냐'며 한 번 불러보라고 넌지시 지시를 줄 수도 있었겠지만, 제작진에게는 분명한 선이 있다. 편집에는 손을 보태지만, 촬영은 건들지 않는다. 모든 '삼시세끼' 촬영분 동안 손호준은 차승원과 유해진을 '선배님'이라고만 부른다. 제작진은 관전자의 입장만 취한다. 그렇게 프로그램의 순수성을 지켜낸다.
'삼시세끼'를 보고 있자면 휴양원에서 편안한 휴가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항상 종료 시간을 1, 2초 남겨 두고 게임에 성공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의 피로와 짜증은 없었다. 재료를 얻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한 후 잠을 자고 난 후 같은 패턴을 매 회 반복하는 이 간단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출연진의 순수한 모습을 최대한 배려해 준 제작진의 결정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제작진의 이런 과감한 결단은 가장 '리얼'한 방송을 낳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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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삼시세끼'에 열광한 이유, 바로 '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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