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준다연구소 연설 특강연설 특강을 진행중인 윤범기 다준다연구소 이사장
임효진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제다이 검술을 배워서 악의 화신인 다스베이더가 됩니다. 그 아들인 루크는 똑같은 검술을 배워서 제국을 물리치는 제다이기사가 되죠. 정치인에게 연설은 이렇게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잘 사용하면 국민통합을 이뤄내지만 잘못하면 국민분열 뿐 아니라 전쟁까지 불러옵니다."지난 2일 오후 신촌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청년정치연구소(소장 이동학, 이하 다준다연구소)의 윤범기 이사장이 연설 특강을 진행했다. 윤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MBN 기자로 활동하며 다준다연구소와 사람에게배우는학교가 주최한 청소년연설대전 등에서 연설 지도자로 참여했다.
"연설은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감동을 주고, 듣는 청중들로 하여금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윤 이사장은 연설이 가진 힘이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런 특성으로 인해 연설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2004년 전당대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통합'을 강조한 반면, 연설을 잘하는 독재자인 히틀러는 프랑스에 대한 복수와 유태인 탄압을 촉구함으로써 독일의 나치당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사를 관통하는 명연설그는 연설에 대한 간략한 소개 이후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연설을 소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69년 효창운동장 연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 대선출마 연설이 그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에 반대하며 열린 연설회에서 박정희 정권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17분의 연설문 작성을 위해 10시간 이상의 고민이 필요했으며 군사정부 시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소신을 말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연설이었다.
하지만 비장한 내용과 달리 그 연설은 시종일관 유머와 해학으로 가득했다. 박정희 공화당의 상징인 황소를 신문에 난 '미친소' 기사와 연결시키고, 박 대통령을 칭송한 윤치영 의원을 '철지난 녹음기 같은 결혼식 축사'에 비유하는 등 청중들을 웃고 울렸다.
"우리가 결혼식장에를 가면 옛날엔 축사를 많이 했는데, 축사 하는 사람마다 똑같은 소리여. 신랑은 대학을 졸업한 모범 청년이고 신부는 가정에서 부덕을 닦은 요조숙녀라고. 아마 이 냥반 대통령에 대한 아첨을 무슨 결혼식의 축사로 착각을 한 모양이여. 이번에, 이번에 아폴로 11호가 달세계 떠가는데, 제발 안 됐지만 이런 양반 좀 실어다 거기다 두었으면 대한민국이 편할 텐데. (웃음)"
윤 이사장은 이어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대선출마 연설을 소개했다. 이 연설은 비교적 무명의 대선주자였던 노 전 대통령이 기자들과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연설이었다. 윤 이사장은 이 연설을 조선왕조 600년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명연설이라 평가했다.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에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자기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마지막으로 윤 이사장은 본인의 첫 번째 연설이었던 2012년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2013년 이후'라는 책의 출판기념회 축사를 소개했다. 그는 저녁 7시부터 쉬는 시간도 없이 2시간동안 이어진 행사라 청중이 많이 지쳐있었다고 그 날을 회상했다. 따라서 짧은 시간 안에 청중을 사로잡아야 했던 연설이었다.
"저는 무명의 인사였기 때문에 먼저 소개 겸 자신의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했어요.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사회 전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으로서 실천을 촉구하는 순서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형과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고 비정규직의 현실을 꼬집었고 그로인해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청년세대의 현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던 해라서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전하며 연설을 마무리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