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 끝도 없이 펼쳐진 모습이 지구상 그 어디보다 아름다웠다.
김동주
네 시간이나 일찍 도착하고도 한 시간 전에 겨우 체크인을 하니, 통로 쪽으로 지정했던 좌석이 창가로 바뀌어 있었다. 요청을 할만도한데 어쩐 일인지 나는 군말 없이 티켓을 받아 들었다. 도대체 몇 대의 비행기가 떠나는 것을 봤는지, 이미 한 차례 비행을 마친 기분이었지만, 막상 좌석에 앉고 나자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한 행동이라고는 그저 창 밖을 보거나 의자에 부착된 스크린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처음에는 온통 구름으로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창 밖의 풍경은 몇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땅으로 바뀌었다. 지난 7개월간 내가 방문한 어떤 곳에도 그런 풍경은 없었다. 갑자기 내 좌석을 변경한 카운터 직원에게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7개월, 24개국.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프리카 원숭이에게 가방을 소매치기 당하기도 하고, 10명이 넘는 흑인들과 밤새 술도 마시고, 3박 4일간 죽음의 혹한기 트레킹 끝에 어느 게이에게 키스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자 복잡한 기분이 계속된다.
내 인생의 꿈이었던 세계 일주를 서른 두 살에 해냈다고 생각하니 후련하기도 하지만, 아쉬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몰려들었고, 마침내 겨울의 한반도 모습이 창 밖으로 비칠 때 쯤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사진이 한 장쯤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여행의 마지막 날, 비행기가 인천 상공을 날면서 찍었던 이 사진이 바로 그 사진이다.
김동주
"아이고, 총각. 한국에 오랜만에 왔나봐?"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한국인 할머니임을 알아챈 것도 그때였다. 그래. 그 복잡미묘한 기분은 그리움이었나 보다. 내가 태어난 곳, 내가 자랐던 곳,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대한 그리움. 여행을 떠날 때 인생 2막의 시작이라고 했지만, 지금도 내 인생은 2막이다. 여행과 인생은 별반 다를 것이 없으니까. 세계일주가 끝나던 날은, 스무 시간이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뜬눈으로 지냈던 유별한 하루였다.
(77회는 [사표쓰고떠난세계일주]의 마지막 회인 '세계일주 그 후의 이야기' 입니다.)
간략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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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몬테레이(Monteray), 남쪽의 캐멀(Carmel) 사이에 위치한 몬테레이 해안의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삼나무 숲 사이로 일주하는 도로가 바로 '17마일 드라이브'다. 이름처럼 총 길이 17마일(약 27km)에 달하며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로드트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며 타이거 우즈가 가장 사랑했다는 골프장인 페블 비치 골프장에서는 파랗게 빛나는 바다와 어우러진 그린 필드를 느낄 수 있다.
드라이브 코스로는 짧지만 입구에서 주는 안내지도를 따라 각종 전망대에 들리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다 보면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입장료는 차 1대당 8달러 정도이며(2013년 기준), 저녁 7시까지만 통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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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동안 24개국 일주... 서른둘에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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