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작 전 몸을 풀고 있는 기성용 선수
이은희
이 날의 경기는 어웨이 팀이었던 스완지 시티가 1:0으로 헐시티를 이겼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기성용 선수. 경기가 끝난 후, 혹시 기성용 선수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어웨이 팀의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곳에 있는 다른 스완지의 팬들과 함께 추위 속에서 선수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추위를 참아내면서도 기성용 선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간절한 모습이란….
얼마나 기다렸을까, 경기가 끝나고 샤워를 마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나와 하나 둘씩 버스에 오르기 시작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기성용 선수의 모습이 보이자, 용기를 내어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기 선수는 다른 팬들에게 사인을 모두 해준 뒤 흔쾌히 같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위대했다. 주언이는 정말로 축구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듯 보였다.
이제 평소 재활 운동을 무척 싫어하던 주언이는 틈만 나면 엄마한테 운동을 시켜달라고 요청한다. 뻣뻣하게 굳어 잘 안 움직이는 고관절 운동도 시켜달라고 하고, 상체를 강화하기 위한 윗몸일으키기도 형과 동생의 도움을 받아 그들만의 놀이로 승화시켜 가며 제법 열심이다. 사이사이 구글링을 통해 기성용 선수 관련 기사와 정보를 읽고 현지 언론의 인터뷰를 찾아서 보고 보고 또 본다. 기성용 선수를 다시 만나고 싶은 욕심에 이번 시즌의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데려가 줄 수 있는지 엄마에게 거듭 묻기도 한다.
아이가 누군가를 직접 만나고 나서 이렇게까지 많은 것이 달라질 줄은 정말 몰랐다. 단순히 프리미어 리그 축구경기를 한 번 보고 왔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간절히 바라던 셀러브리티를 만났다는 것에 엄청나게 고무됐다.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인 나로서도 감동적이었다.
주언이가 정말로 축구선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 주언이는 휠체어를 떼어내고 당장 두 발로 뛰는 축구선수라도 될 것처럼 애쓰고 있다. 하지만, 기적이 찾아오지 않는 한 주언이가 휠체어에서 독립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주언이에게 휠체어 축구를 대안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린 주언이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하더라도 아이가 품고 있는 희망을 눈앞에서 깨고 싶은 엄마가 그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더욱 기성용 선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내 아이가, 그가 가진 장애와 무관하게 커다란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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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선수를 만나고... 우리 아이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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