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부위 표시 해둔 제2롯데월드 내부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저층부 롯데월드몰 5-6층 식당가 에스컬레이터 주변 시멘트 바닥에 생긴 균열이 확인되고 있다. 롯데월드 시공부 담당자는 "단순한 표면 균열이며 모체 콘크리트는 이상이 없다"며 "의도 된 콘셉트"라고 밝혔다.
이희훈
부분 개장한 타워 내에도 이미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슬래브 바닥의 균열뿐만 아니라 내부에 발생한 여러 균열도 심상치 않다. 영화 상영관에 발생했다는 의문의 진동 역시 의심스럽다.
그 때마다 롯데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만 내놓았다. 슬래브 균열은 일부러 만든 '콘셉트'라고 하고, 보의 균열은 뼈가 아닌 피부가 찢어진 것 정도에 비유했다. 극장의 진동은 음향으로 인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문가가 현장을 둘러보고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토목 엔지니어가 보기에, 이 현장의 근본 문제는 기초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반공학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반면 건축 전문가인 건축구조 전공 교수가 볼 때에는 건축구조에 집중하게 된다. 그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건축구조공학 측면에서"라는 단서를 붙였어야 한다.
피사의 사탑은 기울어진 상태로 아직도 존재하지만 건축과정에서 일어난 기초 지반의 침하가 원인이었다. 건축구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건축구조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은 하되, 그가 단서조건을 붙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안전한 듯"한 뉘앙스의 답변을 한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기초암반에 대한 지질조사 결과 지하 37m까지 내려가 연경암 부분에 파일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997년에 중앙지하개발이 실시한 과거의 지질조사에서는 기반암의 품질을 'Very Poor(매우 불량)'로 판단했다.
토목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한다. 일단 지표 지질조사, 시추 조사, 'SPT'라고 하는 표준관입 조사, 공내 재하시험, 현장 투수시험 등 현장조사를 하고 실내에서 흙의 물리적 시험과 암석시험을 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그 당시의 보고서에 의하면 신축 부지는 한강을 매립한 곳이다. 최상층부터 아래 방향으로 매립층-충적층-홍적층-모래 및 자갈-풍화대-기반암 순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당시의 보고에 의하면 코어 회수율 및 RQD(암질지수)가 매우 불량하다고 되어 있다.
코어 회수율은 속이 빈 긴 강철제 원통을 관입 시켜 암석을 채취한 후, 관입 길이에 비해 회수된 암석편의 길이 비율을 말한다. 코어의 끝날에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붙여서 고속으로 회전 시키면 암석을 뚫고 들어간다. 이 때 암반이 튼튼하면 튼튼할수록 회수율이 높다. 불량암은 산산조각이 나기 때문에 회수율이 낮다. 일정 길이 이상 되는 암석을 가지고 회수율을 구하므로 연암은 일정 길이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RQD(Rock Quality Designation)는 '암질지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코어 회수율이나 RQD가 100에 가까울수록 단단하다. 즉, 경암에 가깝다. 롯데건설은 경암반 위에 말뚝을 시공했다며, 직경 1m인 PRD로 시공했다고 발표했다. PRD(Percussion Rotary Drill)는 직경 600~1000mm까지의 소구경 파일에 적용하는 공법이다. 보통 이보다 더 직경이 큰 대구경이 되면 RCD 파일이라고 하는 현장타설 말뚝을 사용한다.
롯데건설은 공사에 아무런 하자도,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공학적 설계는 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설계를 바탕으로 열심히 정밀시공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굳게 믿게 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이미 설계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제2롯데월드... 제2의 성수대교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