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민주노총 결의대회 후 코오롱 정투위 12명의 동지들
코오롱 정투위
더는 그 괴물을 그냥 둬선 안 된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저 괴물을 치우는 일이 비정규직 노동자들 줄이고,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재벌과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위험한 경제를 바로잡는 길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사람을 살리는 길이다.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5미터 높이의 광고탑에 오른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냥 두면 안 된다. 경북 구미공단 45미터나 되는 스타케미칼 굴뚝 위에 오른 해고노동자 차광호를 혼자 둬선 안 된다.
한 달이 넘는 단식자를, 10년 넘게 싸우는 사람들을, 계속 이렇게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6년 동안 거리에서 농성한 사람들이 더 긴 투쟁을 한 사람들을 보며 미안해하는 일이, 이런 일이 정상적인 일이어서는 안 된다.
마음은 아프고 힘들지만,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장 쌍용차 해고자들은 어쩔 것인가? 복잡하기만 할 뿐이다.
마음 아픈 우리, 뭘 할 수 있을까단식 중인 최일배 위원장을 만나고 오던 날, 코오롱 회사의 홈페이지를 열어보았다. 코오롱 윤리규범이란 게 보였다. '제5장 국가 및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라는 부분은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역할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고용의 창출과 조세의 성실한 납부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라고 써 있었다. 본사 건물 앞에 천막이 펼쳐져 있고 10년을 싸운 해고자가 있는데 고용을 창출한단다.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지금처럼 코오롱 제품 불매를 더욱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그리고 해고자가 10년씩 장기투쟁을 하는 사업장이 없는 나라가 되도록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 싸움을 더 많이 알릴 것이다.
뾰쪽하고 똑 부러지는 방법이 아니라는 게 명치끝에 걸리지만 어쩌랴. 내 생각이 이런 것을. 단식 39일차가 되는 12월 13일(토) 오후 3시, 나는 또 아이를 맡기고 과천 코오롱 본사 앞으로 갈 생각이다. 그날 열리는 '코오롱 연대의 날'이 우리 시대 모든 정리해고자들, 모든 1700만 노동자 가족들에게 위안과 힘이 되도록 무슨 일이라도 돕겠다. 그 자리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길 바라본다.
8일 '코오롱 연대의 날'을 호소하는 대국민 기자회견 자리에서 끝내 최일배 위원장과 10년을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김혜란님이 울고 말았다. 아이가 세 살일 때 해고됐는데, 그 아이가 이제 13살이란다. 그는 "아이가 '내일(9일) 생일이니 엄마 내려오라'고 했지만, 굶는 동료 곁을 떠날 수 없어 못 내려간다"고 말했다. 전엔 정말 울지 않았는데 요즘은 매일 눈물이 난다고 제발 좀 도와달라고 하는데, 그게 나인 것 같아서 나도 펑펑 울고 말았다.
이런 사람들이 눈물 흘리지 않는 나라, 그런 사회를 위해 싸우는 우리는 하나였다. '코오롱 연대의 날'이 쌍차 연대의 날이고, 콜트콜텍 연대의 날이다. 더불어 기륭 연대의 날, 씨앤앰 연대의 날, 스타케미칼 연대의 날, 밀양·강정 연대의 날, 세월호참사 연대의 날이다.
코오롱 10년의 눈물을 함께 닦아주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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